
새벽 반짝시장에서 매일 만나던 양가 어머니, 어느날 일을 벌이기로 합심하는데...
대기업에서 일용직으로 차재관씨
1996년 당시 스물 네살이었던 차씨는 한보철강에 전산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7년 1월 평생직장으로 생각했던 회사가 부도나고 말았다. 차재관(34)씨는 어수선한 회사분위기 속에 근무하다 직장생활 5년여 만인 2000년도에 퇴사했다.
차씨는 막막했다. 퇴사 후 놀고 있을 수 없어 전산관련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전국을 다녔다. 하지만 수입도 일정하지 않고 일도 꾸준한 것이 아니었기에 안정적이지 못했다. 결국 2년여 만에 프리랜서도 그만두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당진군청 일용직으로 일하게 됐다. 사진실에 근무하며 난생 처음으로 카메라를 잡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고 잡은 카메라는 그에게는 그저 삶의 도구일 뿐이었다.
온순하고 착한 딸 송영희씨
엄하신 부모님은 직장생활하는 딸이 저녁 8시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불호령을 내렸다. 어려서부터 늘 엄하셨던 부모님(송명식·임은순)이기에 거역조차 할 수 없었다. 사춘기 때 반항이라든가 부모님 속 썩히는 일 없는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착한 딸이었다.
당진에서 나고 자란 송영희(31)씨. 그녀는 당진을 벗어나 생활해 본 적이 없었다. 직장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당진에 있는 한약방에 취직했다. 8년여를 근무했지만?瑩坪?벗어난다는 것은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결혼 적령기의 큰딸이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어머니(임은순, 61)는 맞선을 권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키지 않았던 송씨는 1년여를 미뤘다. 그러나 온순하고 착한 딸은 더 이상 거역할 수 없었다.
반짝시장 어머니들
차씨의 어머니(황영순,72)는 당진재래시장에서 새벽에 열리는 반짝시장에 나가 물건을 파시곤 했다. 직접 농사지은 채소와 곡식 등을 가지고 반짝시장에 내다 팔았다. 당진재래시장의 반짝시장은 새벽 5시경에 잠깐 열리는 시장으로 채소나 나물같은 물건을 팔며 이른 새벽에 반짝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차씨의 어머니도 반짝시장에서 수년간 물건을 파셨다. 이곳에 나오는 이들은 서로 매일 보다시피 한다.
이곳에서 어머니들은 만났다. 장사를 하며 옆에서 물건을 파는 이와 두런두런 이야기 하다보니 서로 말도 잘 통했다. 비록 나이 차이가 나지만 이곳에서는 나이가 없었다.
세상사는 이야기며 남편이야기, 자식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결혼적령기의 자식들이 있었다. 두 어머니는 어느 날 자식들을 서로 만나게 하자고 뜻을 모았다.
어머니들이 맺어준 인연
결국 두 사람은 양가 어머니들의 의해 추워지기 시작한 2004년 11월 첫선을 보게 됐다.
송씨의 조용한 성격과 첫인상이 맘에 들었던 차씨. 그러나 송씨는 차씨의 무뚝뚝한 성격과 말수가 적어 조금은 무서웠다. 거기에 당진군청 일용직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송씨는 두 번째 만났을 때 심성이 착한 남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몇 번 만나다가 선을 본지 3개월 후부터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인근에 있는 절이나 산으로 나들이를 갔다. 겨울 바닷가를 걸으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만난 지 4개월여가 지난 어느 날, 차씨는 퇴근하는 그녀를 바래다주는 길에 그녀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프로포즈를 했다.
양가 어머니들은 서둘러 혼례를 치르기로 했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었기에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첫선을 보고 만난 지 6개월여 만인 2005년 4월, 드디어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봄이 한창 무르익은 때였다.
행복을 저축하는 두 사람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한 가정을 꾸리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일에는 다양한 의미가 부여된다. 일본의 한 신학자는 “가정은 행복을 저축하는 곳이다”라고 했다. 힘든 일이 생길수록 가족끼리 양보하고 희생하며 협력해 이겨나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서로 사랑으로 상처를 씻어주고 용서하는 일들이 하나하나 쌓아져 행복한 가정이 된다고 했다.
차씨는 지난해 기능직 시험을 통해 당진군청 일용직을 벗어나 기능직 공무원이 됐다.
현재 순성면사무소에 근무하는 차씨는 사회복지사자격증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素Η玖庸?책임감도 높아졌지만 가족은 그만큼 그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 주었다.
이제 생후 14개월이 된 아들 광현이와 남편 하나만 바라보며 묵묵히 지원해주는 아내, 이들 부부는 지금, 알뜰살뜰하게 서로를 위해 행복을 저축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