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이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삶의 여정은 육상선수들이 출발신호에 따라 일제히 트랙 위를 내달리듯이 정해진 한 길을 향해 모두가 무차별 경쟁에 몰두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또 그리 해서도 안될 것이다.

그렇다고 생래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삶의 무수한 조건들을 인위적으로 동일하게 만들려는 평등주의적인 시도도 한계가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한 시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무모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출발선이 뒤로 밀려 있거나 달리는 속도가 느려서 자신의 뜻과는 달리 불리한 대접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배려를 하는 일이다.

그 배려는 심정적, 개인적 차원에서 베풀 수도 있지만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보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사람들 중에 우선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지체 또는 정신의 장애로 특수교육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일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에야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빈곤에 허덕이는 판국이었으니 그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지만 1인당 GDP 2만 달러에 육박하는 경제대국이 된 오늘날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무이자 중대한 선결과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당진의 초·중학교에는 모두 24개의 특수학급이 있고 27명의 특수교사들이 130여명의 특수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금년부터는 사립중학교에도 특수학급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제까지 사립학교에 특수학급을 설치한 예가 없거니와 그 까닭은 특수학급 설치에 따르는 사무가 복잡하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다행히 당진에는 특수교육의 발전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고 교육청에서도 특수교육 환경구축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형편이다. 처음으로 설치되는 사립중학교 특수학급이지만 그 운영이 원만하게 이루어져서 다른 시·군에서도 이를 공감하고 특수교육을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특수교사는 글자 그대로 특수한 교사들이다. 초월에 가까운 아동사랑의 마음가짐과 전문가로서의 직업적 사명감과 책무감, 그리고 끈기와 인내심을 갖춘 사람만이 성공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년부터는 모든 특수학급 담당교사들이 특수교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로 충원되기 때문에 특수교육의 내용과 성과가 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전적 사회주의가 추구했던 유토피아를 이 땅에 건설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유토피아를 향해 꾸준히 발전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사는 교육자들은 물론 시민적 책임감에 투철한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출발신호를 미처 듣지 못해 뒤늦어 출발하거나 걸음폭이 작고 움직임이 굼떠서 함께 뛰지 못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더 큰 관심과 지원을 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