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그동안 농업인은 물론 영화계를 비롯한 여러 방면의 산업 부류에서 그렇게도 반대했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농업을 위시한 각 피해 산업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보호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지난 5월초에 전격적으로 체결했다. 그 뒤로 연이어 유럽 27개국이 연합한 거대경제권인 유럽연합(EU)과 5월1일 1차 협상을 끝내고 7월 16일부터 벨기에의 브뤼셀에서 2차 협상을 열기로 합의함은 물론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과의 협상도 준비중이며 현재도 캐나다를 비롯한 크고 작은 나라들과 협상 진행중이거나 계획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 농업은 이만저만이 아닌 엄청난 치명타를 입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과의 자유무역협정에 있어 공산품제조업 부문에서 우리가 약간의 우위에 있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체결한다면 이는 한 집안의 큰아들을 위해 나머지 아들들과 딸들의 생존포기와 희생을 강요하는 봉건적이고 가부장적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현대를 살아가는 집안 식구들은 더이상 큰아들만을 위한 생존포기나 희생을 감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용납하지도 않는다.
있는 돈 없는 돈 뼈빠지게 마련해 큰아들을 위해 투자했더니 지금 와서 나몰라라 하면 다른 형제 자매들이 곤경에 빠지게 됨과 함께 원성을 듣게 마련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듯이 깨물린 손가락이 엄지가 아닌 새끼손가락일지라도 아프긴 엄지손가락 물릴 때와 똑같이 아픈 것이다.
농업도 냉엄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반적 논리를 모르는 우리네 농업인들이 아닐지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우리 한우의 산지 값이 지난해와 비교하여 20~30% 정도 폭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25일 한미FTA 협정문을 미국과 동시에 공개했다. 협정문에 따르면 농산물 농축산물 1531개 품목 중 38%인 576개 품목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며 쌀을 제외한 찐쌀, 배아미, 쌀빵 등 나머지 모든 품목은 10∼15년 후에 완전히 철폐하기로 함으로써 사상 유례없는 완전개방이 예상됨으로 이대로 가다가는 농업은 망하고 농촌은 황폐화되고 농업인은 길거리의 걸인으로 전락될 우려가 다분히 있다.
그러므로 이대로의 상태에서 국회 비준은 당연히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 일부 극소수 잘나가는 농업인의 성공사례를 들어 우리 농업인 모두가 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인 것처럼 과대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유기농과 벤처농업도 중요하고 기능성 농산물도 개발해야 하고 수출농업도 해야 하며 기술농업도 해야 한다.
그것을 굳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대다수 농업인은 설 자리가 없게 되고 결국 지역공동체가 무너져 민족의 안위와 식량주권을 몽땅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근자에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기업농을 육성하고 규모화하면 금방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호도하고 있지만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경쟁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고 경쟁력 제고와 더불어 서구 선진국처럼 여러 형태의 보조와 지원정책을 써야 한다.
최근 농협경제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EU산 수입포도주와 위스키, 낙농제품, 돼지고기 등의 가격경쟁력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관련 국내산업의 피해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입관세가 완전 철폐됐을 경우를 가정한 2005년 EU산 냉동삼겹살 수입가격은 kg당 평균 3500원선으로 국내산의 45%수준에 불과하고 기타 탈지분유 등 낙농제품도 30∼40%선 수준에 그쳐 만약 한·EU와의 FTA가 타결된다면 미국에 이은 EU와도 농축산물 생산기반을 잃게되는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FTA의 본질이 시장확대에 따른 자국의 경제적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일진대 우리보다는 모든 면에서 한 발 앞서가고 있는 유럽의 선진 27개국 연합체인 EU와의 협상이 호락호락 우리 뜻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미국과의 협상처럼 너무 서둘러 일을 그르치지 말고 늦더라도 자국 산업보호를 최우선과제로 삼고 협상에 임해야한다.
특별히 막다른 골목까지 쫓기고 있는 우리 농업을 위한 근본대책이 하루빨만리 들어져 그래도 우리 정부가 협상 대상국의 파견기관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진지하고 성숙한 협상을 기대한다. 제발 서두르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