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협업체제 구축을 위한 특별기획

이 지면은 지역신문협업체제 구축을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한국언론재단 지원을 받아 당진시대, 서산신문, 예산무한정보, 청양신문, 홍성신문이 5개 지역 소식과 도정소식을 공동으로 보도합니다.

지역신문협업연구회

충청남도는 지난 5월7일 행정안전부에서 내려온 ‘지방행정조직개편 지침 등 협조사항’이란 공문을 각 시·군에 보냈다. 이는 지난해 일부 개정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이용해 중앙정부 조직체계를 일선 기초자치단체에까지 맞추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 지침에 따라 각 시·군들이 6월부터 7월 사이에 조직개편과 정원 조정을 위한 조례를 서둘러 개정하느라 분주하다.

서산시는 지난 6월27일 시의회 의결을 통해 재난관리과와 건설도로과를 통폐합 해 ‘건설재난관리과’로 바꾸고 도로과를 신설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고 공무원 정원을 1008명에서 974명으로 34명 감축했다. 홍성군은 7월16일 임시회를 열어 16개 실과를 14개 실과로 축소하고 공무원 정원을 699명에서 676명으로 23명을 감축하는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당진군은 6월27일 의회에서 재무과 재정전산팀 등 3개 팀을 폐지 통폐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 개정안을 통과했다. 그러나 공무원 정원의 4%인 32명을 줄이는 공무원 정원 감축안을 상정했다가 자진 철회, 현행대로 유지했다. 청양군은 사업소 3개를 줄이고 공무원 37명을 감축하는 개정안을 의회에 상정해 오는 28일 확정하며 예산군도 35명 감축안을 28일 의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이같은 각 시·군의 갑작스런 조례개정은 정부가 제시한 시일이 촉박해 내용이 졸속으로 이뤄지는가 하면 지방자치 본질을 실종시키고 용역비를 낭비하며 집행부와 지방의회간 갈등을 부추기는 등 적지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충남 서부지역 5개 시·군 사례를 통해 각 분야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개편 1년도 안되서 또 개편, 용역비 낭비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장, 군수들은 취임하자마자 대부분 전문기관에 용역을 줘 행정조직진단을 마치고 자신의 정책 구상에 맞춰 지난해 하반기에 조직을 개편했다. 그러나 개편된 조직을 시행한지 1년도 안 돼 새 정부의 지침에 따라 다시 비현실적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일방적 지침에 의해 개편하는 행정조직과 정원 감축은 현실성에 맞지도 않고 용역비만 이중으로 들어 군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당진군은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에 조직 진단 연구 용역을 의뢰해 6월 대대적인 개편을 완료했다. 그러나 올해 중앙정부 지침에 의해 다시 개편하기 위해 용역비 6700만원을 들여 연구를 의뢰했다. 서산시는 지난해 4개월에 걸쳐 연구한 용역 진단 결과 서산시에 알맞은 중장·단기 계획을 세우고 일차 개편을 했으나 올해 정부 지침에 따르느라 합리적인 계획이 모두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예산·청양·홍성군도 2006년 말에서 지난해까지 5000만원 내외를 들여 조직 진단을 완료하고 행정조직을 개편했으나 중앙정부 지침에 따르느라 연구결과가 쓸모없게 돼 버렸다. .

청양군의회 김명숙 의원은 “청양의 경우 구기자와 한과 가공, 고추, 친환경농산물 등을 위해 가공 관련 부서가 필요하지만 이번 개편은 중앙 조직에 맞추느라 지역 현실을 무시해 일할 수 있는 개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어서 “각 시·군의 이번 조직개편은 공청회도 한번 안 해 주민 여론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정, 인사 통제로 지방자치 실종

행정안전부는 “창조적 실용주의와 미래 지향적 사고, 실천하는 행동”이라는 명분으로 정부 조직 및 정원 감축계획에 따라 맞추라며 지방행정기구 조례 개편에 대한 지침을 내려보냈다. 지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1개과를 12명 이상으로 구성하는 법적 설치기준을 지키되 20명 이상은 큰 과로 조정하고 그 미만은 통폐합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 지침은 공무원 정원을 4% 줄이라는 것.

행안부는 이같은 지침을 내려 보내면서 ‘협조사항’ 또는 ‘권고’임을 밝혔다. 그러나 개편 성과와 감축 노력에 비례해 보통교부세를 인센티브로 지원하며 법령 위반시 교부세를 감액하고 총액인건비제 산정에서 감액하겠다고 밝혀 실제로는 재정, 행정적으로 지방정부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총액인건비제를 전면 도입하면서 내건 “지방정부의 인사권과 재정권의 보장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당진군 지부(지부장 구자건)는 “지방자치제도를 무력화하고 말살하여 신중앙집권체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졸속개정안 상정, 철회로 우왕좌왕

행안부는 이같은 개편 계획을 5월15일까지 도에 제출하고 6월 말까지 조례를 개정하도록 지침을 보냈다. 각 시·군은 이 일정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제정하느라 20일이라는 입법예고 기간을 지키지 못하거나 의회에 상정했다 철회하는 등 졸속으로 치달았다.

청양군은 6월23일부터 열린 군의회에 조직개편안 및 공무원정원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의회는 심의기간이 하루밖에 안돼 절차법을 어겼다며 부결시켰다. 청양군은 7월4일 다시 입법예고하고 재상정했다. 홍성군은 7월1일 165회 정기회에 조직개편안과 정원감축안을 상정했다가 스스로 철회, 내용을 수정한 후 다시 상정해 군의회가 7월15일부터 2일간 임시회를 별도로 열어 심의·통과시켜야 했다. 당진군은 정원 32명을 감축하는 공무원 정원조례개정안을 6월27일자로 군의회에 상정했다가 6월30일 자진 철회하는 등 각 시·군들이 우와좌왕하고 있다.

공무원채용 고시 합격자 처리 ‘난감’

충남도는 7월 22일 올해 도 일괄 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최종 합격자 591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공무원 감축으로 이 합격자들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청양군은 올해 신규 공무원 50명 배정을 충남도에 신청했다. 그러나 올해 말까지 현재 정원에서 오히려 37명을 줄여야하기 때문에 난감해졌다. 서산시는 충남도에 올해 신규 직원 57명 배정을 신청했으나 34명을 줄여야하는 입장이다. 홍성군은 16명을 요청하는 등 각 시군이 비슷한 처지다.

공무원 공개채용 고시에 합격한 사람은 2년 내에 임용하도록 법으로 보장 돼 있다. 각 시군 인사 담당자들에 의하면 올해 정원이 줄어들면 정년퇴임자 등 자연감소를 감안해도 충남도에 배정을 신청한 직원을 2년 내에 다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되면 해마다 공무원 신규 채용고시를 실시하던 정책을 내년도에는 실시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현재 졸업을 앞둔 각 학교에서 내년 공무원 채용고시를 준비하는 졸업예정자들에게 치명적인 문제로 등장하며 사회 전반적인 일자리 창출에도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자치와 분권 지키려는 의지 부족

청양읍 읍내리 김모씨(56)는 “군청이나 면사무소에서 하루종일 도장만 찍고 앉아있는 공무원이 많다”고 주장했다. 서울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출향인 이모씨(63)는 홍성군수실을 방문하고 나와서 “군수실이 장관 집무실만큼이나 크고 호화스럽다. 만약 삼성같은 대기업에게 홍성군 운영을 맡긴다면 현재 공무원 수 절반만 갖고도 잘 해낼 것”이라고 혹평했다. 예산군 총무과 박정식 인사담당은 “고유가 시대 일반 기업에서도 인원감축 등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데 행정기관도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 대부분은 인원감축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서산시 권오식 인사담당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져야하는 행정수요가 복지, 환경 분야를 선두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시대다. 특히 단기간에 공무원을 감축하면 주민에 대한 행정서비스에 차질을 빚게 된다”고 말했다. 민종기 당진군수는 “인구가 10만명도 안 되는 타군 공무원 수가 14만 명의 당진군보다 150명 내지 200명 많은 경우가 많다” 며 당진군 공무원 수 감축 지침을 거부했다.

지방정부 조직과 공무원 수의 적정 문제는 과학적인 진단으로 결정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 감축을 못하는 지방행정조직 문제에 대해 중앙의 통제가 꼭 필요하다면 총액인건비제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공무원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행정조직 내용까지 중앙의 의도대로 고치라는 것은 자치와 분권을 거꾸로 돌리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는데도 의견이 일치한다.

이같은 통제에 대해 지방의회와 공무원 노조가 문제를 제기하고 견제해야하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당진군 공무원노조만 조직개편 지침에 대해 6월24일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조례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을 뿐이다.

홍성군, 청양군, 당진군의회는 조례 개정을 둘러싸고 집행부와 마찰을 빚었다. 그러나 자치와 분권을 지키려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거론조차 하지 않고 외면했다.

‘대과 위주 개편, 인원 감축’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가 강제적, 획일적으로 추진돼 자치와 분권을 실종시키고 지역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다.

이번영 연구원 / buny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