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도서관 서가에서 재미있을 것 같은 책제목을 발견했다. ‘허삼관 매혈기’ 처음에는 어떤 내용인지도 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그냥 손이 갔다. 원래 작가나 어느 정도 사전지식이 있는 책들을 즐겨보는 편이라 나로서는 의외의 일이었다. 그냥 고전 풍자소설일 거라는 생각에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중국 작가의 소설이었는데 배경은 문화혁명 전후기의 빈민층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허삼관은 부모가없이 할아버지와 넷째삼촌손에 농촌에서 자라고 청년이 되어서는 생사공장의 근로자로 일한다. 할아버지의 농촌마을에서는 피를 팔아야 건강한 청년이라는생각들을 가지고 집안에 큰돈이 필요할 때마다 피를 파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일을 해서 버는 돈보다는 피를 한번팔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수 있기 때문에 허삼관은 생에 처음으로 피를 팔아 장가를 간다. 이후도 허삼관은 집에 돈이 필요할때마다 피를 팔아 해결한다. 자신의 장자가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 아들이 친 사고를 수습하기위해.. 그 허탈감으로 외도를 하게되고 그상대여자를 위해... 혹독한 가뭄 끝에 굶고 있는 아이들에게 국수를 먹이기위해... 그 와중에 큰아들의 생부가 사고로 죽게되자 그는 큰아들을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인다.

문화혁명 중 아들들의 감독관을 대접하기위해 또 피를 팔게 되고 같이 피를 팔던 동료 둘의 죽음을 목격한다. 큰아들이 폐렴에 걸려 도시의 큰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치료비 마련을 위해 이틀 삼일에 한번 피를 팔다가 죽을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이렇게 항상 타인을 위해 피를 팔던 허심관은 팔십이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돼지 볶음과 황주를 사먹으려고 피를 팔러가지만 너무 나이가 많이 팔지 못한다. 이에 허삼관은 자신의 인생이 너무 허무해 길에서 엉엉 울고 그의 인생을 같이 켜준 아내가 돼지 볶음과 황주를 사주며 그를 위로하면서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 소설에서 피는 곧 돈이요 힘이요 권력이다. 하지만 피는 자신의 생명이기도 하다. 자신의 인생을 피를 팔아 꾸려온 늙은 허삼관이 피를 팔지못했을때 느꼈을 절망감이 왠지 눈물겹다. 가족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사고가 그 옛날 읽었던 펄벅의 ‘삼대’, ‘대지’ 같은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의 아버지는 옛날에 머물지 않고 지금 현대의 아버지들에게 같은 삶의 방식을 전수하고 있는 것 같다. 비록 피는 아니지만 지금의 아버지들도 지신의 온 몸을 바쳐 가족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그 옛날 중국땅의 허삼관에게도 치열하게 가족을 지키는 지금 이땅의 모든 아버지들에게도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

「허삼관 매혈기」

저자 위화 / 옮긴이 최용만 | 출판사 푸른 숲 | 가격 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