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송년모임 연락이 오는걸 보니 올해도 어느덧 저물어가는 것을 느낀다. 요즘 송년모임의 새로운 풍속도는 12월이 되면 각종 모임이 겹쳐 복잡하니까 11월 중순으로 앞당겨 실시하는 단체가 꽤 많은가보다. 그래서인지 예전엔 12월 한달 동안만 송년모임 음주터널을 지나면 됐는데 최근에는 11월 중순부터 송년모임이 시작되기 때문에 마라톤을 출발하는 마음으로 체력안배에 신경을 써야한다.

한해를 무사히 마무리 한 것에 대한 안도와 감사, 그리고 한 해의 어렵고 힘들었던 것을 모두 잊어버린다는 의미에서 가까운 지인 또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송년모임 즉 망년회에 사용되는 한자의 망(忘)자는 원래 ‘잊다’ ‘다하다’ ‘끝나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망년회는 원래 일본식 표현인 ‘보오넨카이(ぼうねんかい,忘年會)’라고 해서 최근엔 송년회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아무튼 망년회 기간은 모임과 단체가 많은 사람들과 직장인들에겐 고난과 역경의 기간이다.

때론 망년회에서의 지나친 음주로 인하여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한다. 간혹 어떤 분들은 송년모임의 횟수와 음주량이 사회생활의 척도인 것처럼 생각하고 이를 자랑삼아 이야기 하며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올해 망년회 분위기는 왠지 예전의 흥청망청하고 들뜬 망년회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경기침체와 안보문제 등 우리사회의 심각한 현안들이 연일 뉴스화 되고, 이를 실생활에서 직접체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불안요인이 단기간 내에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 우리의 망년회 분위기를 더욱 위축되게 하고 있다. 최근 각종 주식과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개미 투자자들이나,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대형마트의 오픈으로 매출이 급감한 재래시장 상인, 그리고 경기부진으로 인한 감산 또는 구조조정의 여파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

또한 연말이면 각종 기관단체의 후원과 방문으로 잠시나마 훈훈한 겨울을 보냈던 각종 사회복지 시설들도 불경기의 한파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들에겐 올 연말이 흥청망청하고 들뜬 망년회(忘年會)가 아닌 불안하고 쓸쓸한 망년회(亡年會)가 될 것 같아 안타깝다. 물론 적당한 소비를 통해 불경기를 이겨내야 하겠지만 망년회(亡年會) 분위기로 이 겨울을 혹독하게 보내는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절실하다.

서로의 온기와 격려, 화합과 용서로 이 시련의 계절을 무사히 이겨내고 따스한 봄을 함께 맞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