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로서 지난 2008년 한해는 ‘광우병’과 ‘멜라민’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로 기억되어집니다. 이 두 단어는 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식품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리고 왜 우리는 이러한 식품안전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약방문식 조치만 이루어져야만 하는지 매우 답답하고 궁금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아마 이는 현재 주로 실시되고 있는 위생관리시스템이 위해발생 시 사후통제방식의 시스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2006년 10월부터 새로운 위생관리시스템인 HACCP(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해쌉) 일명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HACCP는 1959년 미국에서 우주탐사선인 아폴로우주선에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NASA의 요청으로 개발되기 시작, 이젠 세계 각국에서 가장 과학적인 식품안전관리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씨는 김치, 라면, 된장, 밥을 우주로 가지고 갔었는데 HACCP시스템의 기원이 이러한 우주식품이였습니다.

미국이나 EU(유럽연합)의 식품업체들은 모두 의무적으로 HACCP시스템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또 식품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손해배상과 함께 징벌적 배상까지 포함해 거액을 지불해야 합니다. HACCP는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위생관리체계와 다르게 위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위생관리체계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이나 EU에서 실시하는 HACCP를 세계에서 최초로 농장단계까지 확대 실시하여 농장에서 식탁까지(From farm to table) 체계화된 식품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토대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HACCP가 지정된 사육농가는 위해요소를 과학적으로 분석, 평가하여 위생관리, HACCP관리를 통해 효율적인 사전위해요소 차단 시스템을 운영하게 될 것이고 이와 더불어 농장의 환경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것입니다. HACCP시스템을 통하여 생산된 제품은 안전성과 위생을 최대한 보장하여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제품에 표시된 HACCP 마크를 통하여 소비자가 안전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현재는 HACCP 적용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각 단계별 즉 농장의 가축사육단계·도축단계·축산물 가공단계·축산물 보관단계·축산물 운반단계·축산물판매단계까지 개별적으로 HACCP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각각의 단계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HACCP 인증마크가 찍힌 소고기를 구매한다면 그 소고기는 생산되는 전 과정이 HACCP시스템이 적용되었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HACCP시스템이 각각의 단계별로 이루어지고 이것들이 통합적으로 관리된다면 멜라민파동과 같은 일이 다시 발생했을 때 HACCP 인증마크가 찍힌 유제품을 선택한 소비자들은 그 안전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축산식품안전관리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시스템을 잘 정착시켜 축산식품의 안전성과 위생을 보장하려면 앞으로 법과 제도적인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정부는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식품의 안전성과 위생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