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 후 용일이가 갈 곳은 ‘심심한’ 집뿐

봄비가 내리던 날, 용일이를 만나러 갔다. 모두가 새출발로 바쁜 봄날이었다. 용일이는 오전에 병원에 간다고 나갔다가 오후3시가 될 때까지 시내를 쏘다니다 비를 쫄딱 맞고 집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터였다.

용일이는 지난 2월 서산으로 다니던 특수학교를 졸업했다. 그것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1년을 더 다니고 한 늦은 졸업이었다. 대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을 하거나 대학에 가지만 정신지체 2급 장애를 가진 용일에게는 봄날 새출발이 주어지지 않았다. 얼마 전 농장으로 일을 하러 갔지만 트랙터나 경운기 같은 농기계를 다룰 줄 모르는 용일이에게는 농장일이 무척 힘들었다.

몇 차례 본지를 통해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는 용일이네 식구는 뇌성마비 지체 1급 장애인인 아버지 김한선 씨와 가족 중 유일하게 몸이 성한 할머니, 이렇게 셋이다.

졸업 후로 용일이는 더 심심해졌다. 대게 하루 종일 TV 앞을 지키거나 할머니를 따라 밭에 간다. 이따금 읍내에 나가 좋아하는 ‘음악 테이프가게’에 들리기도 한다. 용일이는 ‘교회 음악’과 ‘뽕짝’이라면 모두 좋단다. 일요일이면 아버지를 모시고 교회 가는 일은 학교 다닐 적과 마찬가지로 빠트리지 않는다.

종일 집에만 있는 용일이를 지켜보는 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아버지 김한선 씨는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용일이에 대한 걱정을 쏟아 놓았다. 학교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집에만 있는 걸 보니 답답하고 속상하단다. 용일이 아버지는 마음이 아프다며 가슴을 만져 보였다.

날이 갈수록 허리 아픈 것이 더해지는 할머니도 용일이 걱정이 태산이다. 취직할 만한 곳도 없을 뿐더러 손자를 맡길 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요즘에는 목 디스크까지 와서 목을 조금 젖히는 것도 힘든 용일이 할머니는 오래전 팔순이 넘었다. 해가 갈수록 몸은 아프고 아들과 손자 걱정은 나이만큼 더해간다.

그런 아버지와 할머니의 걱정과는 다르게 용일이는 언제나 해맑다. 용일이의 꿈은 과학자다. 꿈도 크다며 웃는 할머니의 말에 아랑곳 않는다. ‘펑하고 뚝딱 만들어 내는 과학자’가 되고 싶단다.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엔 컴퓨터 고치는 일을 하겠단다. 잘 할 자신도 있단다. 용일이는 얼마 전까지도 사용하던 컴퓨터를 뜯었다 고쳤다를 반복했더랬다.

얼마나 많은 봄날이 오고 가야 용일이의 꿈이 이뤄질까. 올 봄이 가기 전에 용일이가 제 꿈을 향해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일이 생기길. 그리하여 봄비 소식만큼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길. 할머니와 아버지는 오늘도 용일이의 앞날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