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원교회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감동의 결혼식

어려운 형편,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보낸 지난 세월

결혼식 4일 전, 그녀를 만났다. 종일 거울을 들여다보며 신부화장을 연습하던 중이라던 그녀는 무척 설레 보였다.

“화장을 하고 사진을 직접 찍어봤는데... 이건 아니야~ 머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하. 나이가 있잖아요, 이제. 그래도 난 덤덤한데... 우리 애기아빠는 떨린 가봐. 화장이 잘 받아야 할 텐데 어쩌죠?”

결혼 19년차, 늦은 결혼식이기에 그 설렘과 기대는 한층 더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결혼식을 올리게 된 5월의 신부 정옥주 씨를 만나 눈물과 사랑으로 살아온 19년간의 결혼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어른의 아들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됐다. 내심 그녀를 며느리감으로 점찍어 두었던 어른이 자신의 아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해 준 것이다. 두 남녀는 첫눈에 반했고, 남자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연애에는 관심이 없던 그녀였지만 그의 적극적인 애정공세에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순천에서 서울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 거예요. 나를 만나러 올 때마다 꼭 차에 광까지 내서 말예요. 시골에서 없이 살았던 저는 어린 마음에 넉넉한 사람 만나 결혼 하는 게 일생 소원이었거든요. 그때 남편이 타고 다니던 차가 당시 꽤 비싼 차였어요.”

헌데 웬걸, 남편의 차는 할부에 부잣집도 아니고 알면 알수록 그녀의 상상과는 다르게 실망스러운 면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로는 수십 번을 헤어지자고 하고 싶었지만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안 끊어지는 것이었다. 그녀를 기다려주고 사랑해 주는 그의 진심어린 마음 때문이었을까. 두 사람은 평생 변치 않을 것을 약속하고 부부의 연을 맺게 됐다. 그와 그녀의 나이 스물여섯이 되던 해였다.

순천의 한 농장에서 일을 하며 살던 두 사람은 200만원을 들고 울산으로 내려가게 되고 남편 김훈씨는 울산 공단에서 일을 하게 된다. 당시를 떠올리던 옥주씨는 아픈 마음을 끝내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하루종일 단칸방에서 홀로 남편을 기다리던 그날의 외로움. 그보다 더 마음을 아프게 했던건 밤샘 작업 후 돌아온 남편의 작업복 속에서 쏟아지던 검은 쇳가루였다. 옥주씨가 하는 말은 들리지 않던 작업장 먹통 전화기 너머로 걸려오던 남편의 안부 전화. “밥 잘 먹고, 잘 자. 사랑해.”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만 형편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친정 올케의 도움으로 수퍼마켓을 열게 됐지만 이내 그것도 팔고 광주 언니네 농장으로 이사를 와 함께 농사를 지었다. 10년간 광주에서 하우스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허나 그마저도 공단이 들어서게 된데다가 담보로 잡혀있던 하우스가 압류를 당하는 바람에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빚만 남게 됐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당진으로 오게 된다. 당진에서 터를 잡고 살던 옥주씨의 남동생이 남편의 일자리를 주선해 주었다. 남편은 지난해 10월말부터 당진에 먼저 내려와 일을 시작했고 옥주씨는 두 아이를 데리고 지난 4월 남편 곁으로 왔다. 아직 살림이 넉넉해진 건 아니다. 하지만 옥주씨는 요즘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안정된 직장에서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 덕분에 희망을 갖게 됐다.

“요즘 같아서는 더 바랄게 없어요.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너무 고맙고 존경스러워요. 매일 교회분들이 저를 위해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결혼식 준비를 내 일처럼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얼마 전 남편은 커플링을 맞춰 와서 프로포즈를 받고 싶다는 옥주씨의 소원을 들어줬다. 무릎까지 꿇고 “평생 철든 남편으로 살겠다”며 옥주씨의 손에 반지를 끼워줬다고.

옥주씨는 경제적 어려움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 밖에 모르고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과 엄마, 아빠의 늦은 결혼식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아들, 딸 덕분에 행복하다.

지난 16일, 두 사람의 결혼식이 송악면 중흥리 포도원교회에서 열렸다. 결혼식은 교회 사람들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분담해 한달간 준비했다. 웨딩드레스, 부케, 웨딩사진, 음식 그리고 결혼식장을 꾸미는 일까지 모두 교회 사람들이 직접 준비했다. 결혼식 날 옥주씨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두 사람은 앞으로 받은 만큼 갚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더 노력하며 살 것을 다짐했다. 앞으로 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 그래도 두 사람은 지금까지 서로를 믿으며 사랑해 온 힘으로, 자신을 아껴주고 도와준 주변 사람들의 고마움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함께 할 것을 서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