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악면 중흥리 이홍렬(58)·이영자(55) 부부
▲ 송악면 중흥리 이홍렬(58)·이영자(55) 부부

가을비를 머금은 바람의 손에 이끌려 조붓한 오솔길로 접어들자 혼자 얌전히 돌아앉은 이홍렬 씨 집이 보인다. 2003년 본지 487호에 ‘죽은 나무를 소생시키는 마법의 손길’로 소개되었던 바로 그 집이다.

마당을 들어서는 데 캉캉춤으로 한껏 반겨주는 맨드라미, 족두리을 쓰고 부채춤을 추는 족두리꽃과 천사의 나팔이 향기롭게 울려서 머뭇대는 발걸음을 냉큼 잡아끌었다.

안채에서 달아 낸 별실에는 10년 동안 나무뿌리를 가지고 만든 900여 작품이  한 눈에 들어왔다.

6년 전 당진시대에 처음 소개된 것을 인연으로 MBC, SBS, KBS2에서 인터뷰를 하러 왔다는 이홍렬 씨.

“당진시대 덕분에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고, 그 후 남녀노소, 지역을 불문하고 국경을 넘는 많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지요.”

지난 6년간 중흥리에서 지도자로 일하다보니 작품에 마음을 쓸 여유가 좀 없었는데 마침 홀가분해진 지금에는 그간의 사역으로 이웃을 돕는 일에 지경이 넓혀져 해나루봉사단과 행복나눔센터에 속해 어려운 가정을 찾아 도배하고 집 짓는 일에 짬을 내고 있었다.

“나무뿌리 붙들고 즐거운 시름에 잠겨도 좋지만, 땀 흘리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보태는 것도 작품을 완성해 가는 기쁨만 하지요.”

“우리부부는 코미디언 부부랍니다. 이름이 그렇고, 제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마다 활짝 웃게 만드니까요.”

이홍렬 씨는 하나님께 드릴 감사로 어릴 때부터 깎고 다듬는 즐거움을 주신 것을 꼽았다. 혼자만의 전 소유물이 아니고 이렇듯 함께 보고 즐거우니 그것 또한 감사하다고.

작품의 재료로 신문에서 웃는 얼굴만 스크랩 해 둔 파일을 보여주는 그의 얼굴이 참으로 해맑다. 신은 우리에게 행복을 주실 때 다듬지 않은 원석 그대로를 주신 게 틀림없다.

그의 작품 가운데 호두나무뿌리에서 태어난 열창하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측백나무뿌리에서 임산부와 태아, 소나무뿌리에서 태어난 정겨운 농우(農牛)등 뿌리의 포인트를 살려낸 과연 익살스런 동물왕국이었다. 6년 전처럼 아들내외와 손녀 이렇게 다섯 식구가 살고 있고 이제 9살된 손녀 예랑이는 손님이 오면 척척 할아버지의 작품을 소개해 보이기도 한단다.

그가 아내에게 고마운 건 ‘없이 살아도 바가지 긁지 않고, 내가 하는 일이면 무어든 믿어주고, 드물게 작품이 나올 때마다 기대감을 가지는 그 여전한 모습’이라고.

이홍렬씨에게 소장된 작품을 시가로 따져 물었더니 농우 한 마리 값만 대략 말했는데 여물도 축내지 않는 그의 몸값은 과연 황금송아지다.

뿌리공예의 그 희소가치로 정말 가늠 할 수 없는 부잣집 마당을 나오는데 CCTV대신 산할아버지가 활짝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