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중하다고 여겨진 순간들을 담아놓은 하얀 조약돌 같은 찰나들이 세월의 담금질에 보석이 되어 내게로 왔다.
첫 번째 사진은 1975년 1월 10일 송악 중학교를 졸업하던 날 친구(이진열, 심성보, 이흥우, 김영목, 서재원)들과 함께 졸업 기념으로 찍었다. 앞줄 제일 오른쪽이 나고, 옆에 앉은 영목이와 재원이는 벌써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갔다.
두 번째 사진은 1982년도에 음섬 포구 모래사장에서 찍은 것이다. 고운 모래가 가득 펼쳐진 포구에서 근육질의 몸과 절제된 포즈는 30년 세월이 훌쩍 지난 이 늦가을 저녁에도 춥지 않다. 힘깨나 쓰던 시절 모래 가마니 어깨에 메고 송악면 대표선수로 뛰던 그때 그 시절이다. 고운 것도 잠깐인가 그 곱던 모래밭도 이제는 개발 바람으로 옛이야기가 되었다. 나도 어느 결에 중년에 들어 낮아진 어깨로 세상과 흥정하느라 머리카락 낱낱이 내주고 나니 삼손처럼 힘을 잃었지만 세상 사는 작은 지혜를 얻었다.
세 번째 사진은 2008년 2월 중국 천문산에서 ‘향토회’ 회원들과 함께 찍었다. 9명의 고향친구들이 부부 동반하는 ‘고향을 지키는 친구들 모임’이다. 당진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과 81년도에 시작한 28년 되는 소중한 만남이다. 고향에 뿌리를 내려 어르신들을 섬기고 고향을 지키는 기둥 같은 친구들이다. 분기별로 모이는데 6년 전부터는 2년에 한번 해외여행을 계획했고 캄보디아, 태국 그리고 작년에는 중국을 다녀왔다. 마음 씀이 예쁜 내 아내 (정관은, 51)도 이 사진 한 켠에 웃으며 서 있다. 내 놓고 한 마디 말로 자랑하려면 늘 모자라 아껴 둔 아내를 향한 나의 마음은 31년동안 쓰고 있는 내 일기장 속에 고스란히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