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마당을 처음 들어서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삐꺽’ 인사를 건네던 낮은 초록대문을

슬라브 지붕을 이리 저리 덧대어 놓은 옥상

옥상 빨래줄에 활짝 웃어주던 내복나부랭이

10년 전에 수해로 집이 유실되고

정부에서 보조를 받아 지었다던 집

아직도 융자금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집

방 두칸에 TV 두 대, 라디오 한 대가 어머니의 눈이고

귀가 되는 집

몇 년전에 도로공사로 대문까지 내어 주어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나 흐린 하늘같던... 방호벽이 지붕보다 높은 집

아이 팔뚝만한 봉숭아꽃대 마다 겹봉숭아꽃잎이 겅중겅중 매달리면 그 손바닥 그늘짝에

칠팔월 개미가 게으름을 피는 집

이른 봄 부터 싹을 티운 小菊이 방호벽을 병풍처럼 둘러서는 집

盆 이랄 것은 거저 허덥하기 짝이 없지만

충실하게 키워낸 맨드라미, 금잔화, 패랭이, 선인장, 춘란, 채송화 같은 이름에 꼭 맞는 크기와 느낌을 주던 花盆들...

봄에 오는 단비, 여름에 오는 소나기, 태풍앞서 오는 집중호우...

빗물받이 그릇 넉넉하여 마당식구들 모두 먹이던 집

쌀뜨물 따로 남겨 주시는 거 말고 또 무엇이 있었던가...

도둑 고양이도 살 찌우는 어머니.

일 년에 네번 가는 집

그래서 우리의 일 년을 넉근히 버티게 하는 집

비가 와도 좋고 눈이 와도 좋은 집

어머니께 졸라서 작은 화분을 두 개 받아왔다.

여름에 우리집을 다녀가신 어머님이 망설임끝에 내어 주신다.

“볕이 겁나게 들어야 할꺼인디”

어머님이 싸 주신 김치보다 ,조기 몇 마리 보다

더 나를 부자로 만들어 주던 화분 두나.

아이들 방 창 틀에 올려놓고 들며 나며 본다.

장대비가 오는 날은 다라이로 가만히 덮어주던 그 화분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