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엊그제 봄 볕은 잊은지 오래다. 이마에 구슬땀이 흐를 만큼 한 낮 더위는 5월을 잊은 듯 한여름 못지 않다. 여름이 오지 않고 봄이었다가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여름을 맞이하고 봄을 보내면서 지난 봄을 다시 생각해 본다.
김규환 작가의 ‘봄날에는’은 여름을 맞이하는 문턱에서 봄을 보내며 봄에 대한 생각을 적은 시다. 이 시는 그의 시집 ‘파도를 모으는 섬’에 수록돼 있다.
“봄날을 보내고 여름을 맞으면서 봄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쓴 시에요. 요즘 잘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해서 추천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는 봄이지만 반갑게 맞이했던 그 속에 사람의 고통도 느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규환 작가는 지난해 2월 교육자의 자리에서 물러나 시를 짓는 활동에 여념이 없다. 그는 동인문학회 활동은 물론 각종 문예지에 자신의 글을 올리는 등 집필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고.
“그간 일이 너무 바빠서 시를 써놓은 것도 없고 지난 7년간은 시를 보여주기가 부끄러워서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죠. 문예지에 글을 올리는 등의 활동은 자제했었죠. 자연인으로 다시 돌아와 여건이 되면서 점차 활동을 늘리기 시작했어요. 그런c데 예리한 관찰력이나 표현력이 10년 전 같지 않아 아쉬워요.”
김 작가는 미술가가 도구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듯 시인은 글자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라며 표현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인은 보고, 느끼는 감정에 충실한 것을 문자로 그려내는 것이 할 일이라며 예리한 관찰력과 표현력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한다고 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머물고, 제가 나고 자란 슬항리의 집을 새로 단장해 서가로 쓸 생각이에요. 그림에도 작업실이 있듯이 글을 쓰는 작업실을 만들어서 시 쓰는 일에 몰두해야죠. 넋두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를 써가고 싶습니다.”
봄날에는 - 김규환 시인
봄날에는
괜히
멀리 바라보고 싶다
보이지 않는
까슬까슬한 봄바람을
잔인하도록 포옹하고 싶다
봄에는
나에게서 잉태하는
모든 삶을 참견하며
버리는 것까지 잡아두고 싶다
봄을 위하여
늘 가장자리에 배회하는
너와 나의 몫을
찬란하게 찾아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