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군, 2005년 고로슬래그 처리공장 입주 불허 약속 어겼다”

기업인들, “고부가가치 사업, 지역 경제에 도움 될 것”

민종기 군수가 지난 2006년 1월 “공해발생의 우려가 높은 연관기업들을 군수직을 걸고 막겠다”고 밝힌 고로슬래그 이용 시멘트 공장이 입주한 것과 관련해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민종기 군수는 지난 2006년 1월 충남도가 현대제철의 송산지방산업단지 지정을 승인한 다음날인 1월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공해발생의 우려가 높은 연관기업 문제에 대해 “제철 부산물 중 슬래그·타르 이용 시멘트 공장 및 제철화학 공장이 우리 지역에 절대 입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군수직을 걸고 막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제철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를 이용해 시멘트를 제조하는 중견업체인 썬 메트리얼이 준공식을 갖고 시멘트 생산에 들어갔으며 서부두 지역에는 또다른 업체인 영진상사와 대한글로벌이 공장 입주 허가를 받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군수는 약속 지켜야” 환경단체 반발

논란의 시발점이 된 고로슬래그는 선철의 제조과정에서 용제로 투입되는 석회석이 철광석 중의 석분, 코크스와 연소재 그리고 각종 산화물질과 반응해 생성되며 1450~1500℃의 고온용융상태로 고로에서 배출된다. 고온의 액체상태인 고로슬래그는 공기와 물에 의해 냉각되어 작은 알갱이 상태로 배출되고 이 알갱이는 약 43% 가량이 생석회로 구성되어 있어 시멘트를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

이 시멘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미세분말이 발생해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고 환경피해를 야기한다. 또한 지난해에는 고로슬래그를 이용해 제조한 시멘트가 발암 물질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와 언론보도가 잇따르기도 했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쓰레기 시멘트’ 사건이었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의 김병빈 사무국장은 “민종기 군수가 이처럼 환경피해가 막심한 고로슬래그 이용 시멘트 공장을 군수직을 걸고 막겠다고 약속했는데 결국 헛된 약속이 되어 버렸다”며 “아무리 당진군이 허가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고대공단이라 하더라도 당진군내에 있는 공단이고 그 공단에 어떠한 기업이 들어오고 있는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당진군의 환경감시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당진군수는 군민들에게 사과하고 차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로슬래그 고부가가치 사업,

지역사회 협의 필요”

반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받는 고로슬래그 이용 산업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는 일부의 여론도 나오고 있다.

이 고로슬래그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830만톤 가량 배출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현대제철이 가동되는 2010년 이후에는 1430만톤 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제철의 고로에서만 약 120만톤의 슬래그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내 모 업체 대표는 “고로슬래그를 이용한 시멘트 제조 산업은 매우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라며 “과거보다 슬래그 처리 공법이 많이 발전해 과거만큼 환경피해가 심각한 편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고대공단에 입주한 썬메트리얼(주)측도 “환경피해를 일으키는 것은 제철 슬래그 중에서도 고철을 이용하는 전기로 슬래그이지 고로슬래그에서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썬메트리얼(주)의 임성기 대표는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서 일본의 고로슬래그에 대한 용출검사를 실시한 결과 발암 물질로 알려진 6가 크롬은 물론, 수은과 시안, 카드뮴 등의 중금속들도 검출되지 않았다”며 “환경에 전혀 무해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진환경운동연합의 유종준 부장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03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시멘트의 부원료나 보조원료로 사용되는 폐기물 속의 유해 중금속 함유량이 수만 ppm에 이르더라도 폐기물 공정시험법에 따른 용출검사에서는 극미량만 검출되거나 아예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용출검사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현대제철, “고로슬래그 지역내에서

처리하지 않는다” 못박아

현대제철측은 고로슬래그에 대한 논란에 대해 “현대제철 고로에서 나오는 슬래그는 당진지역내에서 처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썬메트리얼은 물론 영진상사나 대한글로벌과 같은 업체가 입주하더라도 원료를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현대제철 홍보팀 담당자는 “지난 2006년 당진군과 협약한 사항도 있고 고로슬래그는 당진지역 외에서 처리하게 될 것”이라며 “업체가 만약 요구하도 주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썬메트리얼의 임성기 대표는 “현대 역시 대기업이고 계열사가 있는데 우리 같은 중견업체에 원료를 주겠는가”라며 “만약 슬래그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단지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현대제철의 고로슬래그는 1차로 현대 그룹과 사돈관계인 삼표산업으로 넘어가거나 2차로 계열사인 현대시멘트에 공급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군수 사과 후 책임있는 자세 보여야”

당진군에서는 고로슬래그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에 대해 아직 뚜렷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기업 유치를 담당하고 있는 군청 지역경제과 공단유치팀 담당자는 “고대공단은 국가기관인 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관할하고 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당진군에서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에서는 일단 당진군수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김병빈 사무국장은 “군수직을 걸고 막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군민들에게 사실을 올바르게 밝히고 사과를 먼저 하라”라고 비판했다.

송산면번영회 안효권 전 사무국장은 “조상대대로 피땀 흘려 일군 생계터전을 고로제철소에 내어주면서도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한 기대, 그리고 민 군수의 약속을 믿었던 주민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상황이 이러한데도 당진군의 주무부서에서는 아직도 자기합리화에 급급하거나 상황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효권 전 사무국장은 “송산면 주민들은 농번기를 지나면 다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