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핀다면 엮은이 이재무 I 출판사 화남 I 가격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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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맨드라미

이은봉

담벼락 밑 수돗가에 앉아

맨드라미, 옷가지 빨고 있다 지난 여름

태풍 매미에 허리 꺾인 어머니,

반쯤 구부러진 몸으로

여우비 맞고 있다 도무지 세상 물정

모르는 이 집 장남,

그러려니 떠받들고 살아온

맨드라미, 텃밭이라도 매는 듯한 자세로

시든 살갗, 쪼그리든 젖가슴,

얼굴 가득 검버섯 피워 올리고 있다

톡톡 터져 오르는 큰자식의 마음,

비누질해 빨고 있다 어머니

가는 팔뚝, 깡마른 종아리,

비 젖어 후줄근해진 몸으로

이 집 장남 지저분한 아랫도리,

땅땅, 방망이 두드려 빨고 있다.

서평에서 저자는 어머니 안에도 여자가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했다. 무조건 희생만을 떠올리는 것은 가혹하다고.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니 희생과 인내 말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

배가 아프다는 나의 엄살에 고름이 잔뜩 잡힌 관절의 아픔을 숨기셨고, 겨울이 올라치면 잘 굽혀지지도 않는 손가락을 가지고 혹시나 추울까 부지런히 스웨터를 짜주셨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아팠는지는 요즈음 가슴이 에이도록 느끼며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툭하면 머리나 배가 아프다고 학교, 학원을 결석하려는 아들을 보며, 엄살인지 알면서도 매번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는 한다. 그런데 늦둥이었던 나도 유난히 잦은 잔병치레로 조퇴를 자주 했었다. 그럴 때면 노산으로 낳은 아이라 유난히 몸이 약하다며 당신보다 덩치가 큰 나를 늘 안타까워 어쩔 줄 몰라하셨다.

어머니는 알고 계신 것이었다.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투정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보듬어주어야 했고, 늘 불평 없이 안아만 주셨던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가 된 지금의 나는 투병하고 있는 아이에게 날을 새우며 매일을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내 아이가 어머니를 추억하면 어떤 그림일까 말이다. 그러면 나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을 만큼 창피해진다. 받고 싶은 만큼, 주고 싶은 이상과 속좁은 모정의 현실 속에서 난 늘 난감해하며 보내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기도한다. 내 어머니의 희생어린 모정은 아닐지라도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는 모정을 갖게 해달라고 말이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흐르는 눈물은 뜨겁다. 그것은 희생을 한 여인의 추억이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