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PF 1조 7천억원 필요, 사실상 불가능하고 약속 어기는 정부 믿을 수 없다”

“애당초 지나치게 거대하게 지정된 계획” 지적도

황해경제자유구역청(청장 김성배, 이하 구역청)에서 전체 400여만평에 대한 일괄보상은 어렵고 1단계 282만평에 대한 일괄보상만이라도 실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가운데 실현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김진선)가 구역청과 당진군이 지난해 주민들과 맺은 협약를 지키지 않아 반대집회에 나섰다. 구역청은 지난달 30일 주민대책위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당초 약속했던 400여만평에 대한 일괄보상은 어렵고 1단계 282만평에 대한 실시계획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김성배 청장이 1단계 계획에 대해 밝히고 있지만 1단계 개발계획에 필요한 1조 7천억원 중 5천억원밖에 조성되어 있지 않는 상황에서 또 한번 주민들을 우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주민대책위의 박태근 공동대책위원장은 “1단계 개발에 필요한 자금의 1/3도 못미치는 5천억원을 가지고는 282만평은 커녕 절반인 140만평도 어려울 것”이라며 “자금을 대는 산업은행도 참여하지 않은 상황이고 수도권 규제 완화로 분양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졌는데 주민들이 믿을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황해경제자유구역이 애당초 지나치게 과대하게 지정된 것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보상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다한 면적을 묶어놓았다는 것. 지구지정으로 묶이지 않아야 할 지역까지 지정되는 바람에 해당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도한 지구지정에 일괄보상을 약속해 주민들이 빚을 내 인근에 이전할 준비를 마쳤으나 보상이 늦어져 재산상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주장이다.

김진선 위원장은 “황해경제자유구역이라는 거대 개발사업논리에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희생되고 있다”며 “기업의 편의를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 황해경제자유구역청 김성배 청장 일문일답

“일괄보상 등 약속 이행하라”

청장 “어떤 기업도 일괄보상은 어려운 현실”

-주민대표단(이하 대표단): 주민들이 질의서를 보냈는데 전달됐는가?

-김성배 청장(이하 청장) : 질의서는 봤다. 경제상황이 어려워 주민들의 요구사항이 모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어 안타깝다. 현재 1단계 개발계획 282만평에 대한 실시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며 2~3단계도 가능한 빨리 절차를 진행하겠다. 나 역시 주민들과 같은 편이지만 여건이 좋지 않다.

-주민대표단 : 일괄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괄보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재산권 행사에 심각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주민들이 반드시 지켜줄 것을 요구해온 것이다. 실제로 보상이 늦어지면서 빚을 내 인근에 대토한 주민들이 막대한 이자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고 주민과 맺은 협약은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주민들도 정부와 구역청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

왜 한화라는 기업에 단독으로 주는 것인가. 만약 한화가 PF를 조성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대기업들도 얼마든지 있지 않는가.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상황을 알고 대안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청장 : 한화가 단독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당진테크노폴리스를 추진하던 한화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했었고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서 한화와 당진군, 산업은행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구성된 것이다. 지금처럼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는 어떤 기업이 와도 일괄보상이 어려울 것이다.

-대표단 : 그렇다면 왜 약속을 한 것인가. 주민들은 그 약속을 믿었다. 주민들이 대를 이어 살아온 삶의 터전을 반발없이 내주기로 결정한 것은 정부와 구역청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왜 참여를 안하나. 분양가능성이 충분하다면 들어오지 말라고 해도 들어온다. 경기는 어렵고 수도권규제완화로 분양가능성이 낮으니까 못들어오는거 아닌가. 주민들에게 고통만 주면서 PF조성이 어려워 개발이 안된다면 지구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

-청장 : 지구지정 철회는 안된다. 일괄보상이 안되어 송구스럽다.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 쉽진 않겠지만 노력중이다. 지구 지정 철회보다는 사업이 시행되도록 지켜봐달라.

-대표단 : 지켜봐달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나. 지난해 맺은 협약서대로 이뤄진 게 있으면 하나라도 말해보라. 이런 상황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구역청과 정부를 믿을 수 있나.

-청장 : 지구지정 철회는 안된다.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

-대표단 :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민들의 사유재산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제한해놓고 피해가 생기자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주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1단계 개발 282만평에 대한 실시계획을 이야기하는데 1단계 개발조차 제대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산업은행은 아직도 주주로 참여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개발자금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분양가능성이 매우 낮다. 1단계 282만평의 PF가 1조7천억원인데 5천억원밖에 없는 지금 가능하다고 보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

[인터뷰] 송악지구 주민대책위원회 김진선 위원장

“주민들만 피해입어, 누가 책임지나”

“주민들과의 약속이 한 가지도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습니다. 공식 문서에 의한 약속도 이렇게 무시하는데 주민들이 어떻게 행정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주민대책위원회 김진선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집회 후 “당진군과 구역청의 답변이 많이 미흡하고 주민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 나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상황을 알리는 활동과 반대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요구사항은 단순명료합니다. 정부와 구역청을 믿고 맺은 협약서대로 사업을 추진하라는 것입니다. 협약서를 지키지 못한다면 지구지정을 철회해야 합니다.”

김진선 위원장은 “주민들이 국가경제를 위한다는 마음으로 수용에 동의했고 보상만 해준다면 곧바로 이주하기 위해 인근에 대토를 했지만 보상이 늦어져 빚을 진 주민들만 손해를 보고 있다”며 “경제가 어렵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데 이런 피해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진선 위원장은 “주민들이 송악농협에만 천억원 가까운 돈을 빌린 것으로 안다”며 “보상이 늦어지면 주민들의 피해만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