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제성욱 씨.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얼른 쾌차해 창작에만 몰두하고 싶다고.

“권위 있는 심훈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쁩니다. 월요일 아침에 당선됐다는 문자를 받고 기뻤습니다. 생각도 못하고 있던 참이라 더 기쁘더군요.”

제성욱 씨는 “심훈문학상처럼 중편소설을 모집하는 문학상은 드물다”며 “마침 중편소설을 써놓고 다듬으려 던 중이어서 공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당선된 <소설을 찾아서>는 한국에서 발간돼 국내외에서 대박 난 시리즈 소설 ‘괴력난신’의 짝퉁 소설이 중국에서 발간되자 짝퉁 소설의 작가를 찾아 나서는 출판사 직원의 이야기다.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괴력난신’의 원작가가 다음 시리즈 창작이 고갈되자 짝퉁 소설의 작가라도 찾아 출판하려는 것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성욱 씨의 <소설을 찾아서>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중편 소설로 ‘이야기’의 진짜와 가짜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한다. 그는 “소설 속 짝퉁 작가도 결국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현대화 했던 것”이라며 “요즘 논란이 되는 ‘표절’에 대한 고민을 담아봤다”고 말했다.

■연혁

-1970년 부산 출생

-94년 제1회 실천문학 신인상

-2006년 한국해양문학상 수상

[심사평]

가짜, 진짜의 경계와 본질에 대한 질문 돋보여

중편소설 형식에 대한 깊은 고민 필요

올해는 투고 작품의 수가 예년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심훈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더욱 우리를 기쁘게 해준 일은 투고 작품들이 보여주는 그 작품의 수준이다. 나름대로 성취도가 뚜렷하여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들만도 열편이 넘었다.

그 중에서 작품의 창작과정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몇몇 약점들을 노출하고 있는 작품을 제외하고 나자 마지막까지 우리 손에 남은 작품은 네 편이었다. 이혜영의 <중앙고속도로>와 윤정호의 <웃음의 도시>, 그리고 이경희의 <파라다이스상가>와 제성욱의 <소설을 찾아서>였다.

이혜영의 <중앙고속도로>는 자동차가 현대사회에서 이동의 수단을 넘어 한 인간의 인격의 일부가 되어버린 것 같은 오늘날 우리들의 삶을 재치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날카로운 심리 포착과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의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흡사 우리의 삶이 한 가닥 길 위에 놓여 있음을 스산하게 자각하게 만들어주는 고속도로의 풍경묘사도 좋았다.

그러나 미처 퇴고가 덜 되어서 그런가, 아니면 각 어휘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그 능력이 좀 부족해서 그런가 하는, 문장력에 대한 아쉬움이 들었다. 좀 더 정진하기 바란다.

윤정호의 <웃음의 도시>는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를 떠올리게 만드는 풍자의 힘으로 우리의 기대를 모았다. 어느 날 갑자기 웃고 싶어도 웃지 못하는 병에 걸린 남자는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웃음을 되찾지 못한다. 혼자 코미디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웃는 연습을 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값싼 웃음의 포로가 되어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전반부에서 보여주던 풍자의 힘이 중반부를 지나면서 점점 약화되어 아쉽기 그지없었다. 마무리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아서 이 작품을 끝까지 지지하지 못했다.

남은 두 작품, <파라다이스 상가>와 <소설을 찾아서>는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운 수작들이었다.

이경희의 <파라다이스 상가>는 대규모 아파트 상가라고 하는 공간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인물들도 꼼꼼하게 형상화되어 있고 문장도 흠잡을 곳이 별로 없었다. 완성도로 본다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수준작이다. 그러나 중편소설의 규모와 무게를 감당하기에는 소품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잘 조탁된 작품이긴 하지만 중편의 미학에 가깝기 보다는 단편의 미학에 더 가까웠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최근의 중편소설에서 빈번하게 발견하게 되는 아쉬움이기도 하다.

중편소설은 긴 단편소설이 아니다. 짧은 장편소설은 더욱 아니다. 단편은 단일한 주제, 단일한 캐릭터, 단일한 구성을 지닌 서사로 독자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규모의 소설이다. 장편은 인간과 인생에 대한 총체적인 성찰을 추구한다.

단편소설이나 장편소설과 달리 중편소설이 견지해야 할 형식과 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이 이 작가뿐만 아니라 투고자의 대부분에게 필요해 보였다.

제성욱의 <소설을 찾아서>는 국제적 베스트셀러 소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짜’ 이야기다.

학창시절 소설가가 되기를 꿈꾸었던 화자는 대학문학상에 당선되지만 표절의혹이 제기되어 수상을 취소당한 아픔을 지니고 있다. 베스트셀러 소설의 ‘가짜’ 작가를 찾아 중국으로 가서 서점을 뒤지던 화자는 지난 날 그의 작품에 대해 표절의혹을 제기했던 친구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친구가 바로 베스트셀러 소설의 ‘진짜’ 작가라는 의구심을 품게 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가짜와 진짜의 경계와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크지 않은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석하고 다면적으로 제시하는 능력이 특히 뛰어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솜씨도 만만치 않았다. 다소 밋밋한 문장과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소재가 작품의 격을 떨어뜨릴 위험성도 있었지만 오히려 소설을 활달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이 작가가 앞으로 한국문학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새로운 소설의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소설을 찾아서>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쓴 작품을 보내준 투고자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심사위원

□남정현(한국작가회의 고문)

□방현석(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