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 산업,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2.9%를 차지하는 우리 농업을 평가하는 말이다. 사양 산업이므로 잘 나가는 자동차나 휴대폰, IT산업분야를 위해서 좀 희생해야 된다는 것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총량적 계산을 하는 정부의 입장이다. 그렇다면 이런 계산이 과연 맞는 것인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휴대폰, 자동차, 컴퓨터는 없어도 우리가 살아갈 수 있지만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못한다면 우리는 살아갈 수가 없다. 농산물은 자국내의 소비를 우선하고 남은 잉여농산물이 유통되기 때문에 자유로운 교역상품으로 작동하기 힘든 이유다.

그 실례로 도미니카공화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섬의 서북쪽에 위치한 아이티라는 국가는 20년 전만해도 쌀을 거의 자급했다. 그러나 1986년 아이티의 독재자 두발리에가 추방된 이후 IMF(국제통화기금)로부터 2,460만 달러를 차입하기 위해 쌀 생산농민에 대한 보호정책을 IMF의 요구로 포기하게 됐다.

그 결과 미국 쌀이 수입되면서 쌀시장이 붕괴됐고 아이티는 현재 세계 3위의 미국쌀 수입국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세계적인 기상이변과 곡물가 파동으로 사료가격폭등은 물론 식량위기가 발생했을 때 많은 국가들이 농산물 수출을 금지했다. 그래서 ‘식량안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어떠한가. 90년도에 43.1%에서 2005년도에는 27%로 떨어졌다. 세계 175개국중 124위, OECD(국제협력개발기구) 30개국가중 25위다.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은 5%이하다. 국제적인 식량파동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식량의 안정적인 확보를 심각하게 걱정해야할 수준인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 정부가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나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려 한다는 것, 즉 미국, EU, 뉴질랜드, 호주 등과 동시다발적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하면서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우리농업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지금도 미국과의 FTA에 대해 대단히 신중하다. 농업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가경제에서 농업의 비중 자체가 작다.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적다. 그래서 농업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정책을 펼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공산품을 수출해서 남은 외화로 농산물을 사오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총량적 판단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공산품은 자국 내에서 소비를 안 하고 수출을 할 수있다. 반면 농산물은 자국내 소비를 우선하고 여유분이 시장에 거래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농업부분의 손실액은 얼마인데 핸드폰과 자동차를 팔아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얼마니까 국가전체로 봐서는 이득이라는 논리는 농산물이 과잉인 시기에는 성립할 수 있지만, 세계적으로 기후변화가 크고 자연재해가 빈번하여 식량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참으로 한심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쌀 소비가 둔화되고 수입물량 증가 등으로 재고가 과잉되면서 쌀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은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하는 풍년기근이라는 신조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소득보전대책 등은 마련하지 않은 채 방치한다면 쌀 산업기반이 급격하게 붕괴될 뿐만 아니라 붕괴된 농업생산시설은 하루아침에 살리기 어려운 데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농민들에게 국제경쟁력만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논리라고 생각한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국제농산물 시장이 공평한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UR(관세 및 무역에 관한 다자간 협상)이후 보조금에 대한 철폐가 대두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여전히 막대한 액수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농업소득의 26%가 직접지불금(쌀의 경우 58%)이고 2005년 농업생산액대비 농업보조금 지원규모는 미국 14.6%, EU(유럽연합27개국) 22.3%, OECD 30개국 평균 15.5% 인 반면에 한국은 5%밖에 안 된다. 보조금을 많이 받는 선진국들의 농산물은 그만큼 국제시장에서  싼 가격으로 거래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농업이 국제경쟁력이 있겠는가.

그동안 농민들은 스스로 살아갈 방법이 없으니까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랬더니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보다는 부채의 규모가 커졌다. 따라서 하루빨리 농민들이 자립할 수 있는 대안으로 일본의 지산지소, 유럽지역 국가들의 로컬푸드 운동처럼 학교급식부터 지역농축산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은 물론 선진국 수준에 맞는 농업보조금을 위한 자원마련과 함께 국민들에게 농업은 경제적 논리가 아닌 안보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육성해야 된다는 공감대 형성을 위한 범국민적인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