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짐 저자 정상명 I 출판사 이루
▲ 꽃짐 저자 정상명 I 출판사 이루

이 책의 저자이신 정상명 님은 큰 딸을 가슴에 묻고 그 딸을 기념하여 환경단체 “풀꽃 세상”을 창립해 새나 돌멩이, 꽃과 길, 자전거와 지렁이 등에게 ‘풀꽃상’을 주었다고 한다. 또 저자는 거부와 항의의 환경운동이 아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감수성을 회복하려는 부드러운 공감의 운동을 펼치면서 현재 풀꽃 평화연구소의 대표로서 자연과 시골의 이웃들이 가르쳐주는 것들을 겸손한 마음으로 배우고 있다고 전한다. 저자는 1950년생이시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60여세가 되시는 셈이다. 그런데 이책을 처음 펼쳤을 때, 흰 목장갑을 낀 손으로 뜨거운 햇살을 가리는 모습의 사진에서는 깊은 산 속의 스무 살 처녀를 떠올리게 한다. 열심히 일하다가 땀을 훔치는 시골 아낙네의 모습이랄까. 또, 타샤 튜더의 정원처럼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저자의 일상적인 삶도 아주 많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에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꽃짐』이라는 말이 참 예쁘구나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꽃짐도 역시 짐이었다. 큰딸의 죽음, 그것은 아주 많이 가슴 아프고, 평생 이성으로는 내려놓아도 감성으로 내려놓을 수 없는, 너무 슬퍼서 미치도록 크고 화려한 꽃짐!

그러나 그 꽃짐이 있었기에 새로운 세상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자연이라는 원초적이면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잊지 않고 반드시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그 곳으로 말이다. 책이라는 것이 계절을 달리해 읽을 때마다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계절 탓일까? 더 깊이 다가오는 글귀들.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 환경오염이 극심하다는 현재 상황의 심각성에 동감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모든 생활에 공감이 백배 다가온다. 아토피 천국이라는 아파트에 살면서 흙냄새를 그리워 할 때가 많아지는 요즈음이다. 그래서 아파트 층수를 내려 이사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지만 그래도 꿈은 꾼다. 어느 시인의 말대로 ‘살진 젖가슴처럼 부드러운 흙’이 있는 그곳에서 노후를 보내는, 조금은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살아보고 싶은 소박한 꿈을. 그런데 벌써 번거롭다는 말을 먼저 내뱉는 모습에서 평생 아파트를 못 벗어날 것만 같다.

꽃짐 속에는 민들레 꽃길이 수놓아져 있는 작은길, 우체통 안의 작은 새가족, 피부인의 개화에 대한 희망, 자두나무집에서의 일상 하나하나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이 곧 자연 그대로 평화롭게 전해진다. 원래 자연이라는 것이 ‘스스로 그리워하다’는 뜻이니까. 예쁜 화분에 옮겨져서 화원으로 아파트 베란다로 옮겨지는 것이 아닌 처음에 뿌려진 그대로 싹이나고 꽃이 피고 가끔은 비바람에 꺾이어도 아랑곳 없이 계절에 따라 순응해가는 것이 자연인인 것이다. 타샤 튜더 할머니도 그러하고, 정상명님도 그러하고 맨발에 흐트러진 머리칼, 오래된 치마, 밝은 미소, 이 모두가 자연스럽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