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종기 군수 비리 파문에 이어 위조 여권을 이용한 해외 도피 시도까지 확인되면서 지역사회가 심한 배신감과 허탈감으로 신음하고 있다.

민 군수는 지난달 22일 감사원에서 그동안 감사결과를 발표해 수십여억원대의 뇌물 수수혐의를 제기하자 곧바로 반박문을 내고 대응에 나서는 듯했으나 24일 인천공항에서 위조 여권을 이용해 해외도피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출국금지조치로 인해 저지되자 그대로 달아나 잠적해 검찰과 경찰의 추적을 받다가 지난달 29일 검거됐다.

“부끄럽고 참담해 고개 들 수가 없다”

민 군수 파문은 감사원 발표 직후부터 각종 방송과 일간지, 인터넷언론 등을 통해 시시각각 보도됐다. 감사원에서 제기한 네 가지 비리 의혹이 일간지 지면과 메인 방송 뉴스를 탔다. 결정적인 것은 위조 여권을 이용한 해외도피 시도였다. 특히 해외 도피가 저지되자 그대로 달아났고 5일간 잠적한 데 이어 검찰 수사관들이 첩보를 입수해 검거에 나섰을 때도 이들을 피해 시속 200km의 속도로 곡예운전을 하며 달아나는 등 이 모든 것이 거의 실시간으로 군민들에게 전해졌다. 이같은 내용을 접하며 일부 언론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대다수 군민들은 “참담하고 실망을 넘어선 분노를 느낀다”고 말한다. 당진군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은 “도저히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다”며 “지역주민들을 만나도 부끄러운 마음에 출장도 꺼리게 되더라”고 말했다.

또다른 공무원은 “방송용 카메라만 봐도 저절로 긴장이 된다”며 “민 군수와 관련된 일로 홍역을 치른 공무원은 ‘대인기피증이 왜 생기는지 이해가 된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본청에서 근무하는 모 실과장은 “너무 충격을 받아 주말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며 “공항에서 위조여권으로 출국을 시도한 것이 더욱 배신감이 들게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군민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로 비리 혐의보다 위조 여권을 이용한 해외 도피 시도가 더욱 큰 충격을 줬다는 분위기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주민은 “정말 배신감 느낀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며 “감사원 혐의만 해도 ‘정치인이 나쁜 짓을 했구나’라며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도피 시도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당진군지부 한황우 지부장은 “믿었던 사람이 비리를 저지르고 전국이 떠들썩할 정도로 도망다니며 지역 망신을 시켰는데 누가 참담함을 느끼지 않겠는가”라며 “공무원사회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고 일이 손에 잡히겠는가”라고 말했다.

전현직 공무원 3명도 함께 수사의뢰, 향후 파장에 관심

감사원에서 민 군수와 함께 수사의뢰한 3명의 전현직 공무원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여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민 군수가 도주 행각을 계속 벌여와 관련조사가 늦어졌으나 민 군수가 검거되면서 위조 여권 및 해외도피 시도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감사원의 발표에 대한 조사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은 감사원 발표 직후인 지난달 23일 군수실과 군수 관사, 관용차량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군수실의 개인용 컴퓨터를 압수해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함께 수사의뢰된 전현직 공무원은 도시건축과 김관수 건축팀장, 김진식 당진군청 복지정책관, 오영미 전 보건소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진군은 지난달 28일 ‘감사원 발표 등에 따른 공무원 특별교육’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박성진 군수 권한대행은 감사원에서 수사의뢰한 전현직 공무원은 위 3명이며 더 이상 조사받는 공무원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역사회에서는 서산지청이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군정 전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면 당진군의 다른 비리사실도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 “이번에 서산지청에서 구속하는 인원이 10여명에 달할 것이며 군의원이 포함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지역사회 모두 반성해야 할 일, 하루빨리 수습해야”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지역사회 모두가 책임지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당진군의회는 행정기관을 견제·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높다.

김봉균 당진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민 군수 개인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그렇게 비리를 저지르게 방치한 군민들의 책임도 크다”며 “사람은 욕심의 동물이기 때문에 적절히 견제하고 감시할 기능을 작동하지 못한 모든 군민들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행정을 비판 내지 견제해야 할 군의회도 전혀 군수의 횡포 내지는 불법성에 대해 지적한 것이 없다”며 “이번 사건을 군수 개인의 비리로 몰아가면 앞으로 제2, 제3의 군수가 계속 나타날 것이며 이를 계기로 군민들과 시민사회단체, 군의회, 언론에서도 같이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종식 당진군개발위원장은 “지도자의 덕목 중 청렴성이 가장 강조되는데 죄를 짓고 그 죄를 인정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 지역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겨줬다”며 “정치인의 입장에서 그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을 것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비리가 뿌리 뽑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