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장마를 지나서 가을입니다. 이제라도 릴케가 소원했던 남국의 햇볕을 이틀만 더 주십시오라고 기도합니다. 늦었지만 보다는 이제라도 라고 말하니 희망이 조금은 있어보이고 나도 할 수 있는 한 남은 노력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뢰를 강조할 때 공자와 자공의 대화를 많이 인용합니다.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묻기를 국가경영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공자께서 답하기를 경제를 풍부히 하고 국사력을 튼튼히 하며 백성들이 신뢰하는 것이다. 자공이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이 셋 가운데 무엇을 앞세우리까 묻자 공자는 군사력을 버려야지 하자. 만 부득이 또 버려야 한다면 나머지 둘 가운데 무엇을 앞 세우리까 묻자 경제를 버려야지 백성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747공약과 중립적 실용외교를 내세운 이명박 정권은 집권 후 두 달 반 만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이뤄놓은 남북 화해와 평화 공존의 틀을 완벽하게 와해시키고 북한의 고사를 유도하는 대결의 장으로 몰고 갑니다. 3월26일 서해에서 핵항모를 동원한 한미의 키리졸브 훈련을 하는 중 천안함이 침몰합니다. 46명의 군인이 산화합니다. 연평해전의 기억도 있고 북한 개입이 관건입니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은 아는 한 (북한의 개입) 침몰의 원인이라고 믿거나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고 3월29일에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천안함 자체 이외에 다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발표합니다. 우발적인 사고로 정리가 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를 인용하면 북한에서 제조된 CHT-02D어뢰로 확인됐다고 거짓 발표를 합니다. 여기에 일부 군인과 과학자가 동원됩니다. 설령 천안함이 훈련 중 미국 잠수함과 충돌이 있었다 하더라도 아군의 우발적인 단순한 사고로 처리만 하면 끝나는 것을 북한의 개입을 주장하고 이에 동조한 조중동 주류 언론은 적극적으로 사실을 호도합니다. 곧 있었던 6.2지방 선거에 한나라당은 북한소행이라며 선거에 악용을 합니다. 증거로 발표된 매직으로 쓴 1번이라고 표기된 어뢰 보셨지요.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일본군과 싸웠다는 김일성과 다를 것이 없는 짓인데 문제는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개입되었다고 유엔에 의제로 제안, 온 세상에 거짓말을 합니다. 미국, 일본은 북한의 개입으로 간주한다고 발표를 합니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중국의 앞마당에서 핵 전술훈련을 하는 것으로 신경을 거슬리는 불편한 훈련입니다. 소련의 조사단은 해군을 밥통이라고 하면서 귀국 길에 오릅니다.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에 억류된 곰즈씨의 석방을 위해 두 번째 평양을 갑니다. 카터가 처음 평양을 방문한 것이 김영삼 정부 때의 일이 었습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한반도를 엄습합니다. 진짜 전쟁이 시작되려고 할 때 카터는 무작정 평양으로 날아 갑니다. 카터가 평양을 방문하는데 당연히 김정일과의 면담이 있어야 하고 최고 의전을 보여야 맞겠지요. 그러나 김정일은 중국의 호출로 중국을 갑니다. 김정일과 카터의 만남이 무산되는 중국의 시위는 계속 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천안함 사고는 이명박 정권이 군의 명예와 과학을 모독하고 세계적으로 국격을 추락시키고 국민을 겁박하며 민주주의에 도전하며 6.25전쟁 때의 편가르기 구도가 재현되어 긴장을 높이며 작은 충격과 누구에게라도 악용당하기 쉬운 형편이 되어 민족의 역량이 전소될 수 있는 비극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하는 어처구니없는 우를 범한 겁니다.

이제라도 천안함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처리되어야만 합니다. 군법171조 함선 공몰죄는 최고 사형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중범죄에 해당하며 고의나 과실을 불문하고 처벌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민주적 절차를 벗어나 무리하게 진행한 4대강 사업은 무효이며 집행된 국고는 반드시 반납시키겠다는 선언을 누구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장충체육관을 건설한 필리핀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잘 살았었던 때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며 난국을 초래한 이 정권을 보는 나의 눈이 사시이기를 바랍니다. 또한 민족과 서민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시험에 한 발자국을 떼어놓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나만의 기우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