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 살고 있는 심훈 선생의 삼남 심재호 씨가 아내(설도섬 씨)와 함께 지난 13일 당진을 방문했다. 늦은 밤 고향에 도착한 심씨는 날이 밝자마자 이번 고향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밝힌 부친 심훈 선생의 성묘에 나섰다.
“아버님의 묘를 이장한 지 3년이 됐어요. 헌데 이장한 뒤로는 아내가 한번도 아버님을 찾아뵙지 못해서 성묘를 위해 고향을 찾았어요. 물론 겸사겸사 상록문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개최시기에 맞춰서 왔지요.”
미국에 거주하면서도 여러 차례 고향을 찾았던 심씨지만 이번에는 예전보다 더 많이 기쁘고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당진군에서 심재호 선생이 미국에 보관, 전시 중인 심훈 선생의 유품을 당진으로 옮겨와 전시할 기념관 리모델링을 추진 중에 있기 때문이다.
본지와의 인터뷰 등에서 줄곧 심훈 선생의 유품은 ‘상록수 정신의 모태가 된 당진,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던 점을 상기하면 당진에 심훈 선생의 유품을 전시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공유하게 되는 일이 그에게 더 없는 기쁨인 게다.
“50년 넘게 모아온 아버님의 유품이에요. 하지만 그것은 개인이나 단체의 것이 아니에요. 우리 모두의 것이고 한국의 것이고 상록수의 고향 당진의 것이죠. 그러니 당진 필경사에 심훈 기념관이나 문학관을 마련해 이를 보호하고 전시하고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심재호 씨는 이같은 이유로 문화재청에서 심훈의 육필원고를 문화재로 지정하겠다는 통보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재로 지정 되면 국가에 기증을 해야하고 그렇게 되면 심훈의 육필원고가 고향 당진에 돌아오지 못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에서 심훈 육필원고가 근현대 문학사 중에서 유일한 제1급 수준의 유물로 문화재로 지정하겠다고 통보해 왔었죠. 아버님의 유품을 인정해 준 것은 참 고마운 일이지만 저는 ‘NO’예요. 정부에 기증한다면 독립기념관이나 중앙도서관으로 갈텐데... 심훈의 유품은 모두 고향인 필경사로 돌아와야 비로소 살아날 수 있어요.”
심재호 씨는 심훈기념관이 단순히 유품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심훈의 정신과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살아있는 기념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품을 창고에만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기념관이 되어야 합니다. 심훈의 글도 현대화해서 방문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죠.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이야 전문가 등과 함께 논의해야 하겠지만 유리관에 혹은 수장고에 갇혀만 있는 골동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 집은 사람의 숨결이 있어야 살아나는 것이에요. 헌데 지금의 필경사는 창고 같아요. 사람이 사는 집으로 만들어야 해요. 현재 있는 것부터 잘 정비해서 알맹이를 튼실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심씨를 비롯한 아들내외 가족과 함께 심훈 선생 추모제에 참석했으며 이틀 동안 열린 상록문화제에 참관했다. 상록문화제 기간 중에는 이철환 군수를 비롯해 ‘심훈선생 유품인수 추진위원회’와 만나 유품 인수에 대해서도 협의했으며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