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항은 꽈리고추,당진쌀과 더불어
세계에 우리를 알리는 특급상표 역할 할 것
신철석
아산해운 대표
개발위 연구위원
영국 선박에서 항해사로 근무하던 시절, 영국의 뉴캐슬이란 항구에서 약 2개월여 정박한 적이 있었는데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던 자욱한 안개에 질려버린 기억이 있다. 누구나 경험한 일이겠지만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앞에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는 일인데 요즘처럼 첨단의 항해장비가 있을 턱이 없었던 범선을 이용하여 1년내내 안개를 피할 수 없었을 영국을 떠나 세계로 진출한 영국 사람들의 기상이 소위 대영제국을 건설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지역의 바다안개 역시 심한 경우 항만의 기능을 일시 정지시킬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영국의 안개와 안개바다를 헤치고 중국으로, 일본으로 장엄한 항해를 떠났을 우리 선조들의 모습이 함께 떠오르곤 한다.
지난 8월27일, 당진항 및 행담도 개발을 주제로 개최되었던 해상행사는 그 발상의 전환에 신선한 충격을 느끼게 했다. 우리지역 국회의원, 군수, 외부인사들 포함한 약 300명의 지역민이 4척의 배를 이용하여 삽교천을 출발, 도비도에 다다른 약 3시간의 뱃길은 우리 선조들의 주요 항로였으며 이날 그들의 후손들은 한참동안 잊혀졌던 이 뱃길을 따라 항해하며 많은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지난 시절의 어느 기억의 한편과 어우러진 낯익은 이름들. 맷돌포, 한진, 안섬, 성구미, 장고항, 왜목, 교로리, 난지도, 그리고 많이도 변해버린 그 포구들의 모습과 대형공장의 묘한 대비. 오른쪽으로 널려있는 평택지역의 다소 생소한 항만시설물과 내·외항 선박들, 행담도의 모습과 그 위를 버티고 있는 거대한 서해대교.
한편으론 무슨 일이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는 무력감과 약간의 짜증스러움 등 혹시 외부의 누군가가 이날의 행사를 “현안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선박을 이용하여 평택항을 종단한 특별한 행사였다”고 표현하기라도 했다면 그 느끼는 감정은 더욱 복잡해질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당진항 지정이라는 모두의 바램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매우 의미있는 자리였다. 정치권과 지자체, 민간단체가 모두 함께 참석하여 당진항 문제를 논의한 최초의 자리였음이 그 첫번째 분기점이며 중앙관련 부처의 책임국장이 당진항 문제에 대하여 최초로 공식적인 의견을 개진한 것이 그 두번째 분기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기까지 고생한 많은 분들의 정성은 결코 과소평가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날 있었던, 주무국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의 발언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당진항 문제는 그 자리에서 결론을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중요한 것은 당진항이란 문제가 우리 모두에게 현안문제로 대두되었다는 것과 담당부처의 자세가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것이라는 것에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진항 관련, 공무원 및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어 그들이 명분있게, 그리고 빠르고 확실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현재의 상태, 즉 당진항이 왜 아직까지 평택항으로 되어 있어야 했는지에 대하여 설왕설래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이 문제에 대하여 지역민 모두가 피해자일수도 있으나 역설적으로는 지역민 모두가 역사적인 책임을 느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진항 지정은 법령개정이 필요한 문제이므로 당진항 지정을 위해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진정 중요한 문제로 심도있고 현실적으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효율적인 일의 추진을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 지역민의 협조체계가 매우 중요하므로 이를 위한 전담기구의 설립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항만은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하여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많은 질문들을 우리지역 전체에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가장 적절한 해답을 도출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대비를 하여야 하며 한걸음 더 나아가 가장 이상적인 항만의 마스터플랜도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의 '당진항'은 우리지역 특산물인 꽈리고추, 당진쌀과 더불어 세계에 우리지역을 알리는 특급 상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시기를 놓친다면 앞으로 당진항 지정은 상당한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며 좀더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따라서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지혜와 수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되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서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