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해 11월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두 달이 넘도록 확산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과 충남을 거쳐 경기도와 강원도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당진도 축산농가 3분의 1이 매몰 처분되는데 이르렀다. 구제역이 장기화 되자 그 여파가 축산 농가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곳곳에 미치고 있다. 돼지와 소가 죽어나가자 식당과 정육점에서는 판매할 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졌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손님들의 발길은 줄어들었다. 고기 수요가 줄자 상추, 깻잎 소비도 줄어 쌈채 농가의 소득도 절반으로 떨어졌다. 주민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여행사와 관광지를 찾는 발길도 줄었다. 개학을 앞둔 학교에서는 급식에 필요한 돼지고기 공수를 걱정하고 있다. 구제역 장기화로 인해 고초를 겪고 있는 지역사회와 경제를 살펴봤다.

정육점, 식당 “고기 못 구해 전전긍긍”

“축산 농가는 그야말로 생존권이 박탈당한 상황인데 식당이나 정육점이 장사 못한다고 아우성 칠 수 있도 없고... 어디 가서 말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는 거죠. 대호지면 일부지역을 빼면 당진 전 지역의 축산농가가 이동제한에 걸려 고기를 구할 수가 없어요.”

지영복 (사)축산기업중앙회당진군지부 조합장은 “축산인들뿐만 아니라 정육점과 중소 육가공 회사, 식당들까지 피해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당진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 조합장은 “평상시 명절에는 소 13마리 정도를 판매하는데 이번에는 간신히 7마리를 구해다 놨지만 그마저도 반도 안 팔렸다”며 “돼지를 못 구해 몇 일 동안 냉장고가 비어 있었다”고 말했다.

“설 새고 오늘(16일) 처음으로 돼지가 들어왔어요. 그것도 수소문 끝에 대구에서 겨우 공수해 오는 거예요. 15년 동안 정육점 하면서 고기를 못 구해 잠을 못 이루기는 처음입니다.”

지 조합장은 구제역이 잦아 든다고 해도 당장 도축할 소가 없어 문제라고 짚었다. 소를 도축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브루셀라 검사증명서를 휴대해야 하지만 검사를 위한 채혈요원이 구제역 예방접종팀으로 편성돼 검사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구제역에 걸려 소가 매몰되고 이동제한에 걸린 것도 문제지만 더 이상 도축이 가능한 소가 남아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해석이다.

상추, 깻잎 농가들도 울상

육류 소비가 줄어들자 상추와 깻잎 등 쌈 채소 소비도 하락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겨울철에는 쌈 채소 가격이 평상시보다 올라 농가들이 호기를 맞는 시기지만 구제역이 두달 넘게 계속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가장 많이 거래되는 적상추(4㎏ 기준)는 지난 10일 서울시농산물공사에서 발표한 평균 경락가는 4천260원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평균 경락가 7,421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상추 재배농민 이세원(신평 금천리) 씨는 “올해는 유독 추워서 난방비도 더 많이 들어갔는데도 구제역이 터지는 바람에 상추가격이 떨어져 적자”라며 “겨울철에는 상추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우유공급 난항 예상

구제역으로 젖소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우유 수급 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학교 우유급식과 소매상가 우유 판매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당진은 아직까지 낙농가구제역 피해가 2농가에 그치고 있어 집유량이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전국적인 타격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진낙협 관계자는 “전국 목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경기도 지역의 피해가 커서 원유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며 “당진은 피해농가는 적지만 집유차량 순환이 안 되어 어려움울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개학 앞둔 학교, 급식에 고기 공급 걱정

개학을 앞둔 학교 영양사들도 식단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 고기 값이 올라 평상시처럼 고기를 포함한 식단을 짜기 어려운 것이다.

당진영양사회 김성미(당진초 영양사) 회장은 “돼지고기 가격이 60% 이상 올라 현재 급식단가로는 평상시처럼 육류를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일주일에 3번 정도 먹었다면 1번으로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아직까지 수급에 문제는 없지만 개학이 시작돼 전체급식을 실시하게 되면 아무래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군내 학교급식에 식자재를 제공할 계획인 당진군농협연합사업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부원 대표이사는 “당장 물량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 단가를 고려해 공급량을 조정해야 할 지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졸업식 축소로 꽃 매장 걱정

이번주 군내 학교들이 졸업식을 치를 예정인 가운데 구제역으로 인해 일부 학교가 졸업식을 연기하거나 축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관련기사 7면>. 이에 졸업과 입학 시즌에 특수를 맞는 꽃 시장도 여파를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송악중, 고등학교가 학부모와 외부인사 참석을 배제하고 학급별로 졸업식을 진행할 것으로 계획한 가운데 송악에서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졸업식이 축소된다고 하니 그 여파는 말하나 마나”라며 “이맘때가 대목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산 콜그린화원 대표는 “주문량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졸업시즌에는 시내권 꽃 가게들이 노상판매를 위해 사전에 꽃을 많이 가져다 놓는데 졸업식이 축소되면 피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기인 농한기, 여행사 예약 취소 잇달아

농한기를 맞아 성수기에 접어든 이때, 구제역으로 인한 여행 계획 취소가 잇달아 여행사들도 시름하고 있다.

“농촌지역인 당진은 여름보다 농한기인 겨울에 여행을 많이 가는데 올해는 구제역 때문에 사전에 예약된 것도 모두 취소됐습니다.”

정명진 하나투어 당진점 대표는 “상황이 심각하다”며 “1, 2월 전부 해외여행 예약자들이 예약을 취소했고 국내여행객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수일 오케이여행사 대표도 “농한기라 여행을 많이 다니는 시기로 여행사로서는 성수기인데 이번 달에 예약되어 있던 5팀 모두 예약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관광객 발걸음도 줄어, 숙박업도 타격

구제역 여파로 군내 관광객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숙박업소의 매출이 절반가량 감소했으며 체험마을 이용 문의객도 줄어들었다.

당진군청 관광개발사업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함상공원과 삽교호, 아그로랜드 입장권을 기준으로 한 방문객수는 지난해에 비해 10%이상 줄었다. 올해 1월1일부터 21일까지 3개소를 방문한 관광객은 122,42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4,846명에 비해 10% 가량 감소했다. 서해관광호텔 이용객은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지난 1월 중 20일간 이용객은 16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3% 줄어든 수치라고 밝혔다.

왜목마을상인회 조소행 회장은 “외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며 “설 연휴기간에도 계속 문을 열고 있었지만 손님은 작년에 비해 3분의 1도 안된다”고 말했다.

도비도상가번영회 손필승 회장도 “카드매출만 놓고 따져봐도 절반 이상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올리고체험마을 문구현 대표이사는 “봄을 앞두고 평소 같으면 사전 예약 문의와 일정 협의가 이뤄져야 할 시기인데 문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행사 취소, 각종 회의도 진행 못하는 상황

구제역이 장기화되면서 행사와 축제가 취소되는가 하면 모임과 회의를 제때 치르지 못해 일정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오는 17일 정월대보름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다. 당진군청 문화체육과에 따르면 기지시줄다리기 달집행사와 송악 가학리 볏가리대 행사, 한국민속예술협회 정월대보름 행사 등이 취소됐다.

고대농협이 2월 중순 조합장 선거가 계획되어 있었으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읍면 농협에서도 이사회와 총회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2월 중순부터 각 마을회관을 방문해 치러지는 운영공개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총회를 해야 출자배당도 하고 운영공개도 할 텐데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농협 직원 승진시험과 인사이동도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 위한 문화프로그램, 공연도 취소

대중이 모이는 행사와 프로그램, 공연이 취소되면서 주민들이 지역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 공연 혜택도 줄어들었다.

당진 문예의전당은 3월까지 공연계획이 없으며 각 읍면사무소에서 진행하는 주민자치프로그램도 중단된 상태다. 여성의전당에서 분기별로 진행하는 평생교육프로그램도 중단되었다.

여성의전당 담당자는 “구제역으로 인해 갑자기 프로그램을 중단해 언제 다시 재개될지 몰라 주민들이 문의를 해와도 답변을 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