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느낀 소감을 몇 자 적어 보려고 한다.

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정확히는 3월 5일. 평소 자가용보다는 버스를 즐겨 타는 나는 그 날도 사무실에 일이 있어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였다. 방학도 끝나 개학을 하고부터 등하교하는 학생들로 시내버스는 만원이었다. 더구나 오후 1시차 버스를 탔으니 마침 하교하는 시간대와 맞딱뜨려 혼잡하기 이를데 없었다.

당연히 나도 건강한 다리에 의지해 서서 퇴근했지만 안타깝고 서글프기까지 한 현실을 목격하고는 참담한 심정을 누를 길이 없었다. 진부하게 '장유유서'니 '노장사상'이니 하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어찌 이럴 수 있나 싶은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도 많이 변했나 싶기도하고…

내 나이 얼마되지도 않았지만 벌써(?) 나도 세대차이를 느끼는 걸까? 물론 한 단면만 보고 현실을 어둡게 볼 것은 아니지만 하여튼 차내에서 느낀 현실은 그냥 보아 넘기기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었다. 발디딜 틈 조차없이(?) 빼꼭히 찬 버스! 승차한 지 얼마 되지않아 머리가 희끗한 할머니 두세분이 차에 오르셨다. 약간 굽은 허리, 주름잡힌 이마 등등, 웬만하면 자리를 양보(?) 할 법도 한데 자리에서 일어서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아! 좀 일어났으면 좋으련만. 차라리 내가 의자에 앉아가고 있었다면 나라도 일어났었을 싶은 안타까움! 그 할머니들! 어쩌면 손자손녀뻘 되는 어린 학생들이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여기에 더해 자리를 권하는 아이가 있었다면 오히려 (손주녀석 생각나) "아녀 난 괜찮여, 그냥 앉어 가!"라고 하실 할머니들이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학생 한 명 없었다고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나를 서글프게 했다.

정녕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힘들겠지. 학교수업 받으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랴 얼마나 심신이 피곤하겠는가?

학생들 입장에서보면 어쩌면 억울해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들만 일어나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냐”, “내 돈내고 내가 앉아 가는데 왜 그러느냐"라고 한다면 그냥 ‘버릇없다’, ‘건방지다’라고 치부하면 그만일까? 아니면 일견 타당성이 있다고 수긍해야 할까?

야! 저녀석들 대단한데 이런 상황에서 책을 보거나 눈감고 졸거나 창밖을보며 (딴청피고)앉아가는 것이 서서 가는것보다 더 어려울 텐데 -잘못 본것이겠지만 실은 양심에 걸려하는 표정은 전혀없고 모두들 스스럼없이 앉아있는 듯 보였음- 못일어날 정도로 어디 몸이라도 아픈건가? “내 생각만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 ”다른 시각에서 보면 또 달리 볼 수도 있겠지" 하고 마음 먹어보지만 그래도 결론은 그게 아닌 것을.

20여분 남짓 버스에 몸을 싣고 오면서 내내 혼란스러움과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은 나만의 알량함일까?

가치관의 혼돈! 물질만능주의와 자기중심주의의 사회적 추세로 볼 때 어느 정도는 그러리라 짐작은 했지만 이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 웃어른을 공경했던 사회풍토며 미풍양속은 도대체 어디로 간걸까? “우리 때는 안그랬는데”, “윗분에게 자리양보하는 것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당연한 것이었는데”라고 말 할 것도 못되지만 학교교육! 가정교육! 사회교육! 그 무엇이 잘못되어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단지, 그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우리 기성세대들의 생각과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운 결과물일테니까? 그래! 그 아이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그 차에 전부 학생들만 타고 있었던것도 아니고 …

여하튼 내 자신부터, 우리 가정부터 돌아봐야겠다. 내 아이도 저럴까? 내 아이는 안그렇겠지? 내 아이는 정녕 저러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