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직장을 오가며 시내버스에 경로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어느날 마침 노약자석이 있는 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노약자석을 학생들이 점령(?)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있으나마나한 노약자석! 역설적이게도 차라리 없느니만도 못한 노약자석이 되어버린 셈이라할까. 글쎄 학생들도(노약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적 약자(弱者)로 봐야 하나?
물론 노약자석이 빈자리로 있다면 누구나가 앉아갈 수 있는 것이겠지. 어쩌면 그게 현실적이고 타당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어른들이 주위에 서 계신데도 불구하고 아랑곳없이 앉아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노약자석이 비어 있다면 학생이라도 앉아가야 맞는 것이겠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어르신이 타면 자리에서 일어나야 당연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한대도 못 본 척 정도가 아니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참으로 당혹스럽다. 단언컨대 나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가정교육뿐만이 아니라 학교교육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옳고 그름을 구분하고 옳은 일이라면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해 주었어야 했다는 말이다. 그랬다면 자연스럽게 어르신을 공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요즘의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그저 그래그래! 아닌 말로 닭다리조차도 부모 아닌 아이들 몫이 되어버린 세상 아닌가?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겠지만 오냐오냐 하다보니 자기 밖에는 모르는 아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무감각한 채로, 말하자면 제자신이 잘못하는 것인지조차 모르는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가정대로 학교에서는 학교대로 모든 것을 경쟁의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인성을 길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얼마 전 지상보도를 통해 우리 한국의 청소년들이 ‘더불어 사는 능력 세계꼴찌’라는 의식조사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무한경쟁의 교육으로 인해 인성교육의 가치가 묻히고 오직 시험과 진학을 위한 경쟁에 매몰되어 이처럼 일상적으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조차도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방금 승차하여 빈자리에 앉아가던 학생은 미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몇 정거장 전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웃어른께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이라던지, 할아버지, 할머니가 승차하셨는데도 노약자석에 당당히 앉아있는 학생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우리 부모들은 물론이려니와 학교 선생님들도 지금과는 다른 인성교육 차원의 가르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간절하다. 글쎄 자신들의 부모 정도도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뻘 어르신들이 앞에 옆에 서계셔도 본체만체 앉아가는 광경을 보노라면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한번은 오지랖 넓게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 노약자석에 앉아있는 학생에게 할아버지께 자리를 양보(?)
해드리라고 눈치를 주기도 했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도 이게 아니다 싶으면 그네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바른길로 안내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며칠전 어느 분과 대화중에 요즘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느끼는 점을 말씀드렸더니 임산부에게 자리를 두어번 양보하신 적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칠십 중반을 넘기신 분께서 자리를 양보해야 할 정도였다니 과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왜 이렇듯 우리 사회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할까? 힘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왜 우리는 실천하지 못하는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 약자를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살아가자.
배려하는 마음! 이것도 참된 가치가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