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교호 배수갑문 증설 농림부 외면, 4년째 잠자

건교부-95년 ‘삽교천 수해원인’ 용역결과 갑문증설 필요성 제기

농림부-“하천정비가 우선, 고려할 사항 아니다” 묵살

삽교호 유역 농경지가 삽교호의 배수갑문 부족으로 해마다 상습침수피해를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으나 농림부의 묵살로 수년째 대책이 수립·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5년 12월 건설교통부가 현대엔지니어링(주) 등에 4억원을 들여 용역을 실시한 ‘삽교천 수해원인조사’에 따르면 삽교호 배수갑문을 설계했던 76년에 비해 주변 환경변화 등으로 담수호 유입물량이 크게 늘어났다며 완전한 치수를 위해 배수갑문 증설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이 용역보고서는 현 갑문규모(폭 20m, 높이 6m, 6련)의 폭과 높이로 배수갑문 4련을 증설해야 하며 개략적인 공사비는 약 23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당진농지개량조합이 같은 해 12월 재단법인 한국농어촌 환경기술연구소를 통한 ‘삽교호 물수지 분석’ 용역에서도 배수갑문 4련의 증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당진농조 관계자는 “기상환경 변화와 유역 농경지 경지정리 등으로 배수여건이 달라져 물 유입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며 “장마철에 맞춰 예비방류를 해놓아도 순식간에 담수호가 차올라 배수갑문의 증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담당부처인 농림부는 이같은 요구에 갑문증설 문제는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림부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침수피해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갑문증설보다 하천정비사업(제방쌓기 등)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며 “지난 경기도 파주지역의 침수도 하천정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지난 8월10일 배수갑문의 조속한 증설을 농림부에 건의한 상태이나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

농림부는 지난 97년 7월 충남도 기반조성과의 배수갑문 증설 건의에 대한 회신에서도 “하천정비사업과 배수개선사업(펌프장 설치)이 추진되고 있으므로 갑문증설문제는 고려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배수갑문을 관리하고 있는 당진농조의 입장은 다르다. 하천정비사업과는 별도로 갑문증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농조 관계자는 “배수펌프장이 당장의 대책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담수호의 방류량을 늘리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갑문을 모두 열어 바다로 방류하더라도 담수호 수위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에서 침수피해를 예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95년 건교부에 의해 보고된 위 삽교천 수해원인조사에서도 “내수피해는 제방증축 구간 이외의 영향구간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어 늘어난 홍수량에 대한 갑문능력의 부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오는 2003년까지 638억원을 들여 삽교천 수계 치수사업을 벌일 계획이나 치수사업만으로는 홍수방지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같이 하천관리를 맡고 있는 건교부와 농업용수리시설의 책임부처인 농림부가 수해원인에 대해 견해를 달리하고 있는 가운데 삽교호 유역은 주기적으로 침수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 8월2일~4일 집중호우 당시 합덕지역의 농경지가 막대한 침수피해를 입은 것도 저지대 수로의 수문부족 등의 요인과 아울러 담수호 수위상승으로 삽교천 물이 원활히 빠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지역농민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진군 농민회(회장 허충회)에서는 삽교호 배수갑문의 증설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삽교호 유역의 근본적인 치수개선 대책수립 운동에 나서고 있다.

허충회 회장은 “삽교천 유역인 예산군의 농민회와도 연대해 근본적인 수해방지대책 수립을 정부에 촉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