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꼿꼿한 물뱀의 시선에서 칼날같은 이미지를 찾으며

1번 국도를 달리던 중에 당선소감을 받았다. 차창에 쏟아져 내리는 비, 한순간 내 안에서도 뭔가 후드득 쏟아져 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꽤 오랜 시간 소설을 쓰지 않았다. 한번도 내 스스로에게 소설쓰기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근 15년간을 거짓말처럼 쓰지 않았다. ‘읽기’의 시간이었다. ‘잘 읽는 것이 잘 쓰는 것이고, 잘 쓰는 것이 잘 읽는 것’이라는 내 스스로의 최면. 문득! 40을 바라보면서 두려움이 일었다. 이러다간 정말이지 영영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떨림이었다.

내 게으름을 바늘로 찌르며 소설의 방으로 들어갔다. 첫 장편에 매달렸다. 흔히 문학 연구하는 이들이 소설을 쓰노라면 다분히 메타픽션적인 성격을 띤다고 한다. 오랫동안 ‘소설쓰기’보다는 ‘소설읽기’에 치중했던 나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예 애초부터 학위논문을 쓰면서 몰입했었던 해체론(deconstruction)에 대한 소설적 물음이라는 명제에서부터 시작했다. 가벼움과 무거움, 이론과 창작 사이에서의 혼돈. 작품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거의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간 듯했다. 통과제의였다.

이번에 투고했던 중편은 지금까지 내가 배웠던 문학이론의 진을 걸러낸 이후의 첫 작업이었다. 지난 여름, 집을 버리고 나와 낯선 시골의 방죽 위에서 꼿꼿한 물뱀의 시선과 마주쳤을 때 소스라치게 몰려왔던 그 칼날같은 이미지로부터 끊임없이 신열을 앓으며 작품에 매달렸다.

난 노아의 방주에 인간원죄의 상징인 뱀 한쌍을 태우신 신의 의지와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이 순간, 난 결점투성이의 내 작품을 당선의 방주 위에 올려놓아주신 심사위원님들의 그 고뇌와 애정을 느낀다. 열심히 쓸 것이다.

내 문학의 토양을 마련해주시고 항시 과분한 애정을 베풀어주시는 모교의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또한 뜻깊은 문학의 장을 만들어주신 ‘심훈문학상 운영위원회’에게도 감사드린다. 특히 이번에 모교의 김종구 교수님과 더불어 현대소설을 공부하는 동학들이 충청지역의 대표적 소설가 연구의 첫 과제로 ‘심훈문학연구논집’ 발간을 진행하고 있는 중에 이 상을 받게 돼서 더욱 의미있고 기쁜 마음이다.

지난 몇년간은 내 가족의 삶에서 유난히도 고통이 많은 시간이었다. 나보다도 더 기뻐하는 내 아내와 아이들. 특히 지금까지의 날 온전히 만들어 주시고 현재 누구보다도 견디기 힘든 아픔을 가슴에 묻고 계신 일흔넷의 내 어머니께 이 모든 기쁨을 돌려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