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장독을 들여다 놓았다. 원치 않게 넓은 사무실을 얻게 되어서 허전한 한 쪽을 채워 놓은 것이다. 크고 작은 장독이 11개, 키대로 앉혀 놓으니 어엿 장독대가 되었다. 장독만으로는 밋밋해 주변에 작은 화분 몇을 기대어 놓았다.

화분에서 잎이 오르고 장독을 타고 줄기를 뻗고는 흰 꽃이 핀다. 흰 꽃은 난 종류 같은데 아직 이름을 모른다. 뚜껑 하나를 뒤집어 채송화 두어 송이도 심었다.

채송화는 성질이 무척 급하다. 금새 피다 금새 진다. 흰 난꽃은 피었다 접고 피었다가 접고 두어 달째 꽃을 만드는데 채송화는 부리나케 피었다가는 한 순간 시들하다. 만져 보면 고단 새 푸석하게 떨어진다. 처음엔 내가 잘못 다루는가 싶어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는데 마찬가지다.

솟아난 채송화 꽃대는 모두 스무 개다. 한 네댓 송이가 피었다 지고 두어 대는 피다가 말았다. 두 대는 대가 시원찮아 일치감치 포기했다. 아직 열 대 이상이 남아 있다.

채송화 장독대는 반응이 아주 좋다. 사무실에 오셨다가 ‘아휴’ 하고 좋아하시는 분이 많았다.

누가 낸 아이디어냐고 묻기도 한다. 언젠가 병원엘 갔다가 로비에 장독이 장식된 것을 보았다. 장독 주변으로 굵은 동아줄을 두르고 물이 흐르도록 해 놓았다. 그걸 본뜬 것이다.

장독은 고려골동품에서 구입했다. 골동품은 신터미널에서 당진IC쪽으로 서해로를 타면 바로 우측에 보인다. 장독이며, 석상이며, 옛 물건이 아주 많다.

그 집은 두 번 갔는데 첫 번은 구경삼아 두 번째는 장독을 사러 갔다. 그 집 아주머니가 무척 고우시고 아저씨는 조금 투박(?)해 보이시는데(아저씨 죄송요) 아저씨를 부러워했더니 ‘내가 이걸 안 하고 땅을 샀으면 젠장’ 하신다.

평생을 모으신 것이다. 한 삼사십년 하신 모양이다. 그때라면 다들 먹고 사는 일에만 빠져 살 땐데 전혀 아니실 것 같은 외모를 띠신 아저씨(아저씨 죄송요)께서 땅을 안 사고 옛 물건을 모으신 것이다.

가게 터는 빌려서 쓰신다고. “나가라면 나가야지 별 수 있슈?” 곱슬머리라든지 멋진 수염을 길렀다든지 해서 그럴싸해 보이지 않으시는 그 아저씨가 모으신 장독이 우리 사무실에서 지금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