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은 작은 도시다. 내년 1월1일 시승격이 될 거라는 소식이 들린다. 당진은 작지만 작지 않은 것들도 많다. 제철소 터는 여의도 면적 두 배가 넘는다. 간척지는 바다처럼 넓다. 군청사도 만만찮은 규모를 보인다. 아미산 아래 아미미술관도 작으면서 크다. 폐교를 고친 것이라 마당이 넓어 크고 그림이 걸리는 복도나 교실은 아이들 것이어서 작다.
가 본 그 날은 소품이 많았지만 모든 작품이 훌륭해서 커 보였다. 미술관 주인은 키가 작으시지만 많은 일을 혼자 다 해내시니 작지 않다. 언뜻 농사꾼 같아 보이시는데 먼저 말을 걸어 주셨다. 미술관에는 옛 기와집이 한 채 있다. 집 마당에 앉아 얘기를 듣는다. 돌 쌓는 일이 그렇게 재미있다는 것이다.
밤을 새도 힘든 줄 모르겠단다. 그러고 보니 집 주위로 낮은 돌담이 길게 돌아간다.
부엌 앞에는 둥근 돌탑이 올려져 있다. 다듬지 않은 돌이 스스로의 무게만으로 엇물려 있다. 비정형의 원석이 담장이 되고 탑이 되어서 선과 형체를 빚어 낸다. 돌 쌓기가 미술인 것이다.
굉장히 재미있는 창작이라고 미술관 설립에 든 서류가 허리께까지 차올랐다며 서류는 정말 힘든 일이라고 넌더리를 내신다. 서류는 정형이자 규범이다. 정형과 규범은 예술가에게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나는 서류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꼬박 20년 서류를 만들었고 지금 더 많은 서류를 만들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다. 돌담과 서류, 비정형과 정형이 그날 아미미술관에서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