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테이너를 이어 만든 집에는 모두 9명의 가족이 살고 있었다. 서해안고속도로가 지나는 고가다리 아래에 자리 잡은 김선정(가명) 씨 집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돈되지 않은 농촌의 여느 집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11년 된 컨테이너 집은 곳곳이 낡아 비가 샌 흔적이 역력했다. 낡은 난방호수가 터져 방바닥 곳곳을 테이프로 메웠다. 방안 벽과 천장에는 빗물이 새어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살림살이가 방마다 쌓여 있었다. 주거는 보호의 의미를 넘어 심신의 안정과 휴식의 의미까지 포함하는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주거 환경은 정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 김 씨네 집은 아이들이 거주하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다섯 아이의 엄마인 김 씨의 가장 큰 걱정도 마찬가지였다.
“작은 아이는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 살아요. 보일러를 마음껏 틀수도 없고 난방도 잘 안돼요. 보일러를 돌리면 방바닥에서 물이 흘러나와서 수차례 틀어막기도 했어요.”
단열처리를 하지 않은 컨테이너는 외풍이 심해 겨울에는 바깥에서 자는 것과 매한가지일 정도라고. 게다가 지붕을 별도로 하지 않아 컨테이너와 컨테이너 사이에서 빗물이 새기 일쑤다. 김 씨의 가족은 백내장으로 시각장애 1급인 시아버지와 허리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어머니, 김 씨 부부, 초등학교에 다니는 막내부터 다섯 아이들까지 총 9명이다. 방 3칸에 9식구가 살아야 하다 보니 아들들은 마땅히 제방이라고 할만한 공간이 없다. 게다가 하나뿐인 딸은 2009년에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에 요양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아직까지도 잔병치레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딸은 체력이 떨어져 일주일에 2번은 학교를 가지 못할 정도라고. 몸이 아프다보니 4명의 남동생과 부딪히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느끼고 있다는 게 엄마의 걱정이다. 머리에 큼지막하게 상처 난 뇌수술 자국도 한창 외모에 신경 쓸 딸에게는 큰 콤플렉스다. 고2인 딸은 아직까지 ‘꿈’도 없이 지쳐 있었다. 김 씨네 가족은 운수업을 하는 김 씨 남편의 월급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일정치 못한 수입은 그나마 150만원도 채 되지 않아 9식구의 살림을 꾸리기에는 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김 씨가 인근 장례식장으로 아르바이트를 나가지만 그마저도 일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다. 운수업을 시작할 때 진 빚을 갚는 것도 버겁다. 김 씨네 가족이 살고 있는 집터가 시아버지 소유로 되어 있어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성장기인 다섯 아이들을 마음껏 먹이고 입히지 못하는 것이 김 씨는 가장 마음 아프다고 했다. 특히 아픈 딸을 위해 좋은 반찬이라도 해 먹이려 치면 나머지 네 아들이 걸려 무엇 하나 넉넉히 챙겨주지 못한다고.
“딸이 아직 수술 후유증이 남아 있는데다가 체력이 많이 약해 엄마가 옆에서 늘 챙겨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요. 주거 환경이 이러니 아이들도 불안해하는 것 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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