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6학년이 된 민석(가명, 13)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부모와는 5살 되던 해에 헤어졌다. 할머니가 시장에 갔다 집에 돌아와 보니 어린 민석이가 혼자 마루에 걸터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 뒤로 민석이 부모와는 연락이 끊어졌다.
할머니는 그 후로 셋째아들의 손자인 민석이를 홀로 키우셨다. 민석이가 어릴 적만 해도 혈압과 당뇨는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는 별 무리가 없어 힘들다는 생각은 안하셨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할머니는 방안에서도 꼼짝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관절염이 악화된 것이다. 밤이면 손끝, 발끝이 쑤시는 고통에 잠을 못 이룬다. 지난해에는 합덕에 있는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줄곧 다니셨지만 올해 들어서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하셨다. 병원 약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방에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등 부엌살림이 함께 있지만 할머니는 휴대용 가스레인지만 사용한다. 다리가 아파 서서 음식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몸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자연스레 민석이의 식생활도 불규칙해졌다. 할머니는 손자 몸이 상할까봐 잘 챙겨먹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시지만 한참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을 나이인 민석이에게 김치와 장류뿐인 집 반찬은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민석이는 대부분 아침을 굶고 학교에 간다. 점심은 학교급식으로 해결하고 방과후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가게에 들려 라면 한 봉지를 산다. 일주일에 4~5번은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얼마 전부터는 민석이도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3년 전 하교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당시의 후유증때문인지 허리통증과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어린이날 민석이는 7년만에 아빠를 만났다. 아빠는 새엄마와 재혼해 경기도에 살고 있다. 민석이는 아빠를 만나 무척 좋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었다. 민석이는 그래도 괜찮다고 했다. 가끔 아빠와 전화통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단다.
할머니는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민석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리다. 어릴 적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울던 민석이가 몇 년 전부터는 외로운 내색도 하지 않기 시작한 것이 할머니는 오히려 더 마음이 아프다. 민석이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도 담담하게 “보고싶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도 외롭지 않냐는 질문에도 그저 “괜찮아요”라고 말했다. “익숙해 졌기 때문”이란다.
외로움에 익숙해져 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민석이의 소원은 “그냥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13살 아이의 꿈이 80세 할머니의 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울고 떼를 쓰고 매일같이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다 어느 순간 민석이도 깨달은 걸까. 엄마, 아빠와는 당분간 함께 살 수 없다는 걸. ‘괜찮다’며 스스로를 달래고 이제는 엄마, 아빠 이야기에도 눈물을 보이지 않을 만큼 단단해진 민석이. 그런 민석이도 견디기 힘들만큼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단다. 학교에서 공개수업을 하는 날이다. 친구들의 부모님이 모두 학교에 오는 날이 되면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마음이 아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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