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내내 오빠랑 냇가에서 놀다 온 준희(4)는 젖은 바지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는 복지사가 준희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지만 준희는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오빠 준현(6)이는 복지사에게 인사도 하고 안기기도 했지만 준희는 유난히 낯가림이 심했다. 맑은 눈만 깜빡일 뿐 멀리 떨어져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올해 네 살이 된 준희는 아직 말이 서툴다. 쫑알쫑알, 한참 말을 배워 묻고 대답하기를 좋아할 나이지만 낯선 이 앞에서 준희는 입을 꼭 다물었다.

준희는 교통사고로 지체장애를 갖게 된 아빠와 지적능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는 엄마, 고령의 할머니, 6살 된 오빠와 함께 살고 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 모두 생계활동이 어렵다 보니 준희네 가족은 정부에서 지원되는 수급비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모자란 대로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가던 준희네 가족에게 최근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지난 1월 준희 할머니(70)는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져 4개월째 입원 중이다. 지적 능력이 부족한 준희 엄마를 도와 집안 살림을 돌보던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3개월 뒤,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준희 엄마가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에 갔다 오다 미끄러져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 사고로 준희 엄마는 쇄골이 골절되고 외상성 뇌출혈로 쓰러졌다. 사고 이후 곧바로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실려가 한달 넘게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잇단 사고로 집안에는 준희 아빠와 준희 남매만 남게 됐다. 준희 아빠도 94년도에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왼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지체장애인이다. 때문에 두 아이를 돌보는 일이 쉽지가 않다.

“갑자기 어머니와 아내가 연달아 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제가 손이 불편하고 몸이 성치 않으니 아이들 돌보는 것도 쉽지가 않고요. 지난 밤에는 서글픈 마음이 들어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마음의 고통보다 더 큰 문제는 병원비였다. 지금까지는 지역사회의 도움을 얻어 병원비와 간병비를 마련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인 것. 정부에 긴급지원비를 신청한 상황이지만 선정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겨울 준희네는 한번도 보일러를 돌리지 못했다. 아직까지 기저귀를 사용하는 준희의 기저귀값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씻는 목욕물은 주전자에 물을 끓여 사용했다. 준희는 태어날 때부터 가슴이 움푹 패인 장애를 안고 태어나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고통과 시련은 왜 겹쳐서 오는 걸까, 가족들의 잇단 교통사고로 마음까지 다친 준희 아빠. 하지만 준희 아빠는 “마음 써주는 이웃들이 있어서 힘을 얻고 있다”며 애써 웃어 보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자, 준희가 울상을 지었다. 복지사가 “준희야, 안녕~ 선생님 갈게”라고 인사하자 금새 울음을 터뜨렸다. 인터뷰 내내 경계심을 풀지 않고 멀찌감치 앉아 있던 준희는 취재진 일행이 집을 나서려고 하자 숨이 넘어가게 울기 시작했다. 준희 아빠는 “엄마와 한동안 떨어져 있어서 누가 집에서 나가려고 하면 저렇게 운다”고 말했다.

준희가 하루 빨리 엄마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이웃들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

▶ 도움을 주실 분을 찾습니다.

- 준희네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

: 병원비 후원, 준희 남매 의류와 간식, 반찬, 생계지원비 등

: 후원 및 제보 355-5440 (담당 우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