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 가는 석탄의 시대. 지난 1월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 실린 특집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0년에 미국 내에서 석탄화력발전소가 단 1기도 새로 착공되지 않았으며 이는 2009년에 이어 두 해 연속된 기록이다. 그야 말로 “석탄은 사형대 앞에 서 있는 꼴”이라는 내용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미국 내 전력회사들은 38개소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취소했으며 48개의 낡고 비효율적인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미국의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클럽은 “석탄을 과거의 연료로 만드는 것에 일정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축하고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던 석탄화력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신규건설이 취소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석탄이 온실가스 발생의 주범이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세계적 압력으로 인해 연방정부가 규제를 강화하자 석탄화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바마 행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줄이기를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아직도 석탄화력을 유효한 전력생산기지로 여기는 듯하다. 지난해 말 확정된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어 이번 제3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서도 동부화력발전을 위한 갯벌매립을 승인했다. 당진의 제1경 왜목관광지를 훼손하고 당진지역의 대기환경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아마 찬성표를 던진 중앙연안관리심의위원들이 자신들은 3만평의 갯벌매립에 대해 동의했을 뿐 석탄화력에 대해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억지를 부릴 지 모르겠다. 하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한 B-52 폭격기의 조종사는 “나는 전쟁에 참가한 적 없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볼 수도 없는, 보이는 것이라고는 발아래 하얀 구름뿐인 수만피트의 상공에서 폭탄투하 스위치를 눌렀을 뿐인 그는 자신이 떨어뜨린 네이팜탄이 평화롭던 마을을 아비귀환의 지옥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억지로라도 외면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외면한다고 살육의 진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국토해양부와 일부 연안관리심의위원들은 당진지역에 돌이킬 수 없는 환경적 재앙의 씨앗을 뿌린 셈이 됐다.
혹시 환경단체의 엄살이 아니냐고? 충남발전연구원이 용역을 담당한 당진군환경보전종합계획에 따르면 당진군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3년에 4330만톤, 2015년에 5220만톤이 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2009년 온실가스 배출 전국 1위인 광양시의 수준이 연간 3522만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광양시를 압도적 수치로 제치고 전국 1위에 ‘등극’할 예정이다. 온실가스뿐이 아니다. 당진지역의 공단과 도심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인구 15만명에 불과한 당진군의 대기환경이 인구 천만에 자동차 3백만대의 서울시보다 더 나쁘다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를 제치고 인구 15만명밖에 안 되는 당진군의 대기환경이 이렇게 나쁜 이유는 뭘까? 바로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와 제철소 때문이다.
그리 먼 미래가 아니다. 바로 내후년이면 우리는 전국에서 대기환경이 가장 나쁜 도시에서 살게 될 예정이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돼야 “대기오염이 심각하니 더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는 허가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릴 것인가. 온실가스 배출 전국 1위, 그것도 2015년 이후에는 2위와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조사결과는 고려대상도 아니란 말인가.
당진지역 대기환경의 심각성이 단지 환경단체의 기우가 아니라 여러 연구기관에 의해 과학적으로 증명됐음에도 발전사업자와 국토해양부 등은 주민의 환경권과 인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사업자의 이익과 전력수요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훨씬 큰 영국이나 독일보다도 1인당 전력사용량이 많은 지금의 현실을 바꾸지 않고 전력수요에 따라 공급량을 늘리는 것은 그야 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다름 아니다. 물론 그로 인한 모든 피해는 발전소 주변에서 살아가는 우리 지역주민이 받는다.
세계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로 인해 석탄화력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쪽으로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틀고 있다. 물론 일부 사업자의 이익 때문에 공공적 이익을 외면하면서 석탄화력을 건설하고 있지만 모두 헛된 짓일 뿐이다.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