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림만 조력댐 백지화 촉구 도보행진 2일째. 고작 이틀 걸었을 뿐인데 왼쪽 발뒤꿈치에 물집이 잡혔다. 고관절에 통증이 오고 양 어깨도 쑤신다. 도보행진 참가단의 평균 연령은 대략 50대. 앞으로 5일을 더 걸어야 할 50~60대 어민들 보기 민망하게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져 간다.

천혜의 어족자원을 지닌 생태계 보고이자 국민적 자연유산인 가로림만을 살리겠다고 얼굴에 주름 가득한 어민들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아스팔트 위에 나섰다. 차로 한 시간 반이면 갈 거리를 7일이나 걸어가겠다고 나선 것이다. 자동차 타이어에나 적합한, 사람이 걷는 데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아스팔트 위를 장시간 걷다 보면 뱃일로 단련된 바다사나이들도 점차 지쳐간다.

그러나 삭막한 아스팔트도, 겨울의 차가운 바람도 가로림만을 지키겠다는 도보행진단의 열정을 막진 못한다.

가로림만은 서산시민과 태안군민만의 자산이 아니다. 갯벌과 바다를 잃은 당진시민들에게도 가로림만은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보물이다. 만약 가로림만에 조력댐이 건설된다면 당진 앞바다에도 흉측한 조력댐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마지막 남은 맷돌포, 음섬포구의 갯벌이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혀 질식하게 되리라. 순망치한의 심정으로 당진시민들도 가로림만 대책위 소속 어민들의 도보행진에 뜨겁게 연대하며 당진시내에서 삽교호까지 함께 길을 걸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때 인간에게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에게 많은 이들이 희망버스로 화답하듯 서산과 태안 어민들의 고통과 눈물에 공감하는 당진시민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서부발전이 조력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가로림만은 2005년 해양수산부 조사 결과 국내 갯벌 중 보전상태가 가장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7년 해양수산부의 가로림만 환경가치평가 연구용역 결과 전국 갯벌 환경가치 평가 순위에서 1위로 밝혀졌다.

이처럼 보전상태가 우수한 가로림만에 댐을 건설해 전기를 생산할 경우 얻는 발전량은 연간  950GWh이다. 이는 태안화력 전력생산량의 약 2.7%, 9·10호기가 완공될 경우 1.7%에 불과한 양이다. 환경영향평가에 따르면 가로림만에 조력댐이 건설될 경우 댐 안쪽의 고조위는 최대 73cm 하강해 바닷가가 육상화되며 저조위는 최대 285cm가 상승해 상당 면적의 갯벌이 바닷물에 완전히 잠기게 된다. 그만큼 갯벌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조간대 침수시간이 최대 6.5시간 증가해 내해의 생태계를 완전히 교란시키게 된다. 해수교환율과 유속 감소에 따른 수질 악화와 급격한 펄질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환경을 살리겠다는 ‘신재생에너지’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셈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위 ‘신재생에너지’는 전 지구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온실가스와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이라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색내기’를 위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4대강을 비롯한 전 국토에 굴삭기를 들이대며 콘크리트를 퍼붓고 당진화력도 부족해 동부화력까지 전력수급계획에 반영하는 정권이 자신의 본질을 은폐하고자 쓴 허울이다. 진정으로 ‘녹색성장’을 하고 싶다면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스위스처럼 ‘탈핵’을 선언하고 더 이상의 석탄화력 건설을 중단하며 철저한 전력수요 관리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통한 에너지 전환을 이뤄야 한다. 가로림만 조력 댐 건설을 추진하는 사업자들은 수십 년의 환경파괴로 인해 직면한 문명붕괴의 위기라는 현실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야 말로 인류가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힘겹게 쌓아온 가치들을 토대부터 허물고 있는 셈이다.

가로림만 조력댐 백지화를 위한 도보행진은 7일간의 일정으로 마무리되겠지만 다른 세상을 향한 우리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도보행진에서 보여 준 시민들의 높은 열의와 연대의식으로 반드시 이번 총선과 대선에서 가로림만 조력댐을 추진하는 세력들을 심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