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존 공장에 환경설비를 설치해 대응하는 사후적 개념이 아니라, 설계단계에서부터 최신의 친환경 설비와 환경오염 방지 기기들을 도입 설치하겠다.” “지역과 상생하는 친환경적인 일관제철소가 건설될 것이다.”
지난 2006년 10월 27일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기공식에서 정몽구 회장이 기념사를 통해 지역사회와 약속한 내용이다. 그 동안 현대제철은 고로제철소 건설을 위한 송산일반산업단지 지정 승인 직후인 2006년 2월17일 당진군, 충남도, 현대제철건설저지대책위(주민대표)와 협의서를 통해 제철소 건설과 관련된 모든 사항을 사전에 협의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제철의 약속은 공장 준공과 가동이 가시화되면서 하나, 둘씩 파기되기 시작했다. EOS설비는 소결광의 품질이 저하되고 대용량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여과집진기 등으로 대체됐고 밀폐형 컨베이어벨트는 분진발생 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뒤늦게 설치됐다. 고로슬래그는 지역에서 처리하지 않겠다는 협의서의 내용이 유효한 상황에서도 당진 땅인 서부두의 업체에 공급됐다.
급기야 현대제철은 고로 3호기 건설이라는, 송산일반산업단지 지정 승인 이후 지역사회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안을 주민 몰래 소리 소문도 없이 행정적 절차를 밟았다. 현대제철이 공식적으로 ‘고로 3호기’ 건설을 인정한 것은 지난 2010년 12월 부생가스 발전과 기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사전환경성 검토서가 처음이다. 그 전까지 현대제철은 3호기 건설 추진 의혹에 대해 답변을 회피했었다.
그러나 현대제철 측은 지난 4월1일 민관학 환경감시단 회의에서 ‘밀실 추진한 적 없다’며 송산일반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과 관련해 신문에 공고하고 2010년 6월25일부터 7월9일까지 주민 열람과 의견수렴을 마쳤다고 밝혔다. 또한 충청남도와 금강유역환경청의 검토를 거쳐 8월2일 환경영향평가 환경보전방안 협의를 마쳤다고 해명했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당진군 홈페이지 공고·공시에서 2010년도 ‘송산일반산업단지’를 검색해보면 9개의 공고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고로 3호기’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현대제철에서 주장하는 6월25일자 ‘송산일반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 공람공고’나 7월9일자 ‘송산일반산업단지 지정 및 실시계획 변경 승인 고시’에도 ‘고로 3호기’라는 말은 찾을 수 없다. 또한 지난해 8월2일에 있었다는 환경영향평가 환경보전방안 협의도 당시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이 돼서야 사실이 공개됐다.
특히 현대제철 측은 최근 고로 3호기 증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2009년 8월 환경부에 정식 질의했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 사실도 4월1일 민관학 환경감시단 회의에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제철소 건설 및 가동과 관련해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하겠다며 ‘지역발전협의회’와 ‘환경감시단’ 구성에 합의하고도 사실상 ‘면피용’으로만 활용한 셈이다.
지역사회와 상생하겠다고 한다면 최소한 고로 3호기 건설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기에 앞서 주민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고로제철소를 증설할 계획을 갖고 있으니 의견을 달라고 해야 옳은 것 아닌가.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현대제철이 이처럼 일방주의로 나아가는 데는 우리 지역사회의 책임도 적지 않다. 현대제철이 밥 먹듯이 약속을 깨는 동안 지역사회가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니 일종의 학습효과가 일어난 셈이다. 이는 아마 현대제철의 약속 위반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 동안 지역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니 ‘고로 3호기’라는 지역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사안을 지역주민 몰래 추진하고도 ‘밀실 추진이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게 만드는 것이다.
옛말에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는 말이 있다. 한번, 두 번의 약속 위반이 점점 커져 이제 현대제철에게 지역주민들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의 ‘고로 3호기’ 일방적 추진에 대해 지역사회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