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피부와 큰 키에 가슴에 무성한 털까지 갖춘 외국인 교사가 교실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떠들썩 해졌다. 점심 시간이 막 끝난 시간이라 졸음이 올 만도 한데 새로 찾아온 원어민 교사의 등장으로 아이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원어민 교사는 처음 만나는 학생들 앞에서 긴장할 법도 한데 능숙한 솜씨로 아이들을 집중시 키며 수업을 진행해 나갔다. 원어민 교사의 등장으로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졌던 영어 시간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케빈 콘리(Kevin Conley) 교사의 첫 수업은 본인을 소개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미국 시카고 출신의 케빈 교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 대학원 진학이 확정된 상태에서 입학을 연기해 놓고 한국을 찾았다. 4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흥미와 다른 문화에 대한 궁금함을 풀기 위해서다. 풀브라이트(Fullbright) 재단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찾은 케빈 교사는 1년간 서야고등학교(교장 이동호)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아이들은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니 아이들의 참여도 활발했다. 수업을 마친 장우현 학생(2학년)은 “딱딱한 분위기에서 필기 위주로 진행됐던 영어 수업보다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는 원어민 교사와의 수업이 집중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용호 학생(2학년)도 “교과서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보다 따로 준비한 프린트나 영상을 활용한 수업이 더 재밌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어민 교사는 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이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케빈 교사는 “아이들이 전체적으로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아 아쉽다”며 “실수는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두려워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다”며 아이들의 활발한 참여를 주문했다.
케빈 교사는 “4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깨끗한 환경과 친절한 사람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자신의 문화도 소개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으로 음식 문화를 꼽았다. 미국의 경우 각자의 방이나 TV 앞에서 따로 식사를 해결하지만 한국은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에 놀랐다고 한다. 또한 주요리 한가지만을 놓고 먹는 미국과 달리 밥, 국과 함께 여러 가지 반찬이 나와 좋았다고 한다. 채소는 거의 없이 고기만 먹는 미국 식문화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대학시절 운동과학 전공자 다운 지적이다.
대학에서 운동을 전공하다 의학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케빈은 “중·고등학교 때 꿈을 찾지 못하고 놀면서 지냈지만 대학가서 꿈을 찾고 주말에도 밤 늦게까지 노력해 의학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며 “일정한 과목을 수강한다면 다른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돈벌이를 위한 직업은 성취감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시와 취업에 초점이 맞춰져 자신의 흥미나 적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성적에 맞춰 진학하는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일성이다.
“미국의 문화를 한국인과 나누고 한국의 좋은 문화를 배워 고국에 돌아가 한국에서의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