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당진에는 수많은 예술인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각종 전시회와 공연을 통해 예술인들의 결과물을 접하고는 있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이 만들어 지는지 알기 힘들다. 따라서 본지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찾아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작가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과 그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계획도 들어봤다.

한 때 월드컵 출전이 꿈이었던 축구선수가 있었다. 이 선수는 더 나은 환경을 찾아 강원도에서 서울의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4일간의 입단테스트 기간 중 이틀 만에 합격을 통보받았을 정도로 유망한 선수였다. 고등학교 2학년 어느날 친구들과 물놀이를 즐기던 중 얕은 물에 무리하게 다이빙을 하다 목 관절이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골절 과정에서 척추로 연결되는 신경이 끊어져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됐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감각을 느낄 수도 없었다.

활동적이던 소년은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배고픔도 느낄 수 없었다. 하루하루를 누워 지냈다. 삶은 창살없는 감옥과 같았고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그러던 중 그림을 접했다. 간호하던 누나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입에 붓을 물었다. 그날 저녁 그의 작품을 본 부모님의 환희를 그는 잊지 못한다.

그날 이후 그림은 삶의 의미가 되었다. 강사에게 매주 1번 그림 수업을 들었다. 하지만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았다. 6개월간 선 긋는 연습만 반복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자원봉사자가 그의 강의를 맡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매일 같이 그를 가르쳐줬다. 나날이 실력이 늘었고 각종 미술대회에 입상하기 시작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은 커져 갔다. 방통고를 통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시에 도전했다. 하지만 신체적 불리함은 그에게 큰 벽이었다. 짧은 시간에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입시 실기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고 그의 불리한 조건을 고려해 심사한 대구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그를 배려해 주었다. 학교 내 기숙사를 마련해주고 마음껏 배움의 장을 펼쳐 주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대학 교수진도 그를 열성적으로 가르쳤다. 자신이 살아있는 의미를 되찾은 소년은 어느새 당당하게 미술계의 한 자리를 차지한 작가가 되어 있었다. 전국 40명만 선정된 21세기 우수인재상에 뽑혔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도 가졌다. 내년 가을에는 권위있는 아트페어인 마니프에도 출품한다.

▲ 박정 작가의 작업실 한켠의 전시실에 전시된 작품 <시선>
▲ 박정 작가의 작업실 한켠의 전시실에 전시된 작품 <시선>

그 작가가 바로 당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정 씨다. 풀 그림을 그리며 풀 향기를 맡았다는 박 작가는 최장 22시간 동안 그림만 그릴 정도로 엄청난 집중력을 가졌다.

그는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고 지낸다. 그림이 팔리면 일정 금액을 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가지 못하는 학생이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 또한 월드비전을 통해 5가정을 후원하고 있다. 살아 있는 하루하루가 기적이라는 박 작가는 “작가를 알고 그림을 접하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작가가 처한 상황과 배경을 알면 그림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