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 경노식당에 기적의 샘이

서금구

합덕대건노인대학장

베싸이다 지방의 넓고 푸른 풀밭에 수많은 군중들이 열을 지어 모여 앉았다. 앞서부터 빵을 어깨 너머로 뒷사람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렇게 해 빵을 먹고 배부른 사람이 남자만 오천명이 넘었다. 예수님의 오병이어(吾餠二漁)의 기적의 장면이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신화는 생명에서 생명에 이르는 향기로운 장면이고 음식은 하느님의 선물임을 증명하는 큰 사건 중에 사건이다. 고통 당하는 사람들을 모아 음식을 배부르게 먹게 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치 않다는 교훈적인 기적행위라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10월25일 합덕에 경노식당이 문을 열었다. 군에서 재정지원을 하고 합덕대건신협에서는 식당장소와 주방기구 일체를 마련해 주었으며 합덕대건노인대학 학생들과 한서대학 주부 졸업생들의 자원봉사로 경노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하루 평균 2백명이 이용하시는데 합덕 장날에는 3백명 가까운 어른신들이 따뜻하고 정성이 담긴 맛있는 식사를 즐기신다.

필자는 경노식당에서 도어보이(door boy) 역할담당이다. “어서오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하며 어르신들을 맞으며 배웅을 하는 역할이다.

경노식당을 이용하시는 어르신들 중 허리가 90도로 굽은 분, 걸음이 불편해 지팡이에 의존하시는 분, 흰머리를 이시고 주름이 세월을 헤이게 하시는 어르신, 바로 이 분들이 우리들의 아버지요, 어머니이며 우리의 고장과 우리를 키우시기에 저렇게도 늙으셨던 분들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콧등이 시큰하면서 존경심이 더욱 떠오른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를 드린다. 그러면 “우리가 잘 먹었는데 우리가 고맙지” 하고 수인사로 응답을 하시며 가신다.

양유리에 사신다는 75세의 할머니는 느타리버섯 한줌을 싸가지고 오셨고, 세류리 거주 할아버지는 찹쌀 한자루를 어깨에 메고 들어 오셨다. 송산리에 사시는 할머니는 아들을 앞세워 호박을 지고 오셨다. 그리고 많은 분들은 모금함에 돈을 넣고 가신다.

경노식당에 군에서 지원하는 재정은 인원수가 과다해 약 20% 부족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경노식당을 주관하는 필자는 아무 걱정 않고 운영을 한다. 2천년 전 베싸이다의 기적이 합덕 경노식당에서도 분명하게 재연되리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토정 이지함 선생은 그의 저서 중 '대인론'에서 “사람은 안으로는 강하고 밖으로는 부자되기를 바라는 속성”이라고 하였다.

오늘 조간신문에 60조원의 빚을 지고 퇴출 당하는 대우그룹의 회장사진이 그렇게도 초라해 보일 수가 없었다. 가진 바 없는 경노식당의 어른신들의 활짝 피어 웃는 얼굴과 대조적인 것을 느꼈다.

괴로움과 고생으로 얼룩진 우리 어르신들에게 늦게나마 한끼의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 우리 모두의 의무이자 자랑으로 여겨야 할 경축인 것이다.

합덕 경노식당은 군 재정만으로, 또는 돈 많은 부자들로는 결코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여러 보통 주민들 각 사람들이 적은 것이나마 골고루 서로 나눌 때 그 뜻의 깊은 맛이 우러나와 경노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며 우리 합덕읍민 모두가 좋은 일, 착한 일을 할 때 합덕 공동체의 각 구성원이 서로가 서로를 섬기게 되는 동기가 생기게 된다.

맹자께서는 “덕력(德力)은 권력보다 무겁고 금력보다 값지다”고 했다. 인심이 천심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합덕 주민 절반 이상이 신·구교 성도들이며 교회당이 17개소나 있는 곳이 합덕이다. 분명히 베싸이다의 빵의 기적이 합덕에서도 일어날 것이라고 굳게 믿으며 경노식당을 더욱 정성들여 운영할 것이다. 복된 땅, 축복받은 합덕인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