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간척지의 타 작물 재배 논란이 올해도 반복될 것으로 보여 지역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대대적인 쌀 감산 정책을 펼치며 석문간척지에 타 작물 재배를 신청하는 법인에 우선권을 부여했다. 농민들은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타 작물 재배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예견됐던 재앙은 현실로 다가왔다. 벼 농사를 위해 조성된 석문간척지는 타 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았다. 습해와 염해 피해가 이어지며 수확량이 평균의 10%대에 머물러 농민들은 생산 원가조차 벌어들이지 못해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토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밀어붙이기식 탁상행정으로 농민들만 피해를 입었다. 농림부는 지난해 쌀 감산 정책 실패를 시인하며 개선된 석문간척지 임대계약 안을 내 놓았지만 여전히 타 작물 재배를 고집하고 있어 지난해 피해가 반복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침수 안전구역도 안전하지 못해

농림부가 내어 놓은 2012년 간척지 임대방안을 살펴보면 수도작에 대한 임대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침수 여부를 조사해 침수지역은 자율경작권을 보장하고 안전지역은 타 작물에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곳은 자율경작을 인정하고 나머지 지역에는 대체작물 재배를 권장하겠다는 것이 농림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농민들은 침수 안전지역 또한 타 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윤창근 당진시농민회 정책실장은 “지난해 콩과 배추, 옥수수 등 다양한 작물을 심어 시험해 봤지만 제대로 수확된 작물은 하나도 없다”며 “습해 피해를 피하더라도 염해 피해가 발생해 결국 작물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농민 뿐만 아니라 농업 전문가들도 같은 입장이다. 방상만 당진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석문간척지는 벼 재배를 위해 조성된 토지로 벼를 제외한 다른 작물의 생육이 힘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습해를 피하더라도 염해로 인해 작물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을 지난해 경험을 통해 확인했다”며 “특히 석문간척지 주변은 밀물 때 수문을 열지 못해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급격하게 물이 불어나 침수 안전지역으로 구분된 곳도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서는 복토하여 지대를 높이고 배수 시설을 정비하는 사전 조치가 필요한데 여기에 투자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석문간척지는 수도작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농림부 책임회피 급급

농림수산식품부가 석문간척지에 타 작물 재배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쌀 감산 정책이 있다.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이 80kg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과잉 생산되는 쌀 생산을 줄이고 식량자급율이 낮은 대체작물 재배를 늘리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해 타 작물 재배를 늘리기 위해 기존에 벼를 재배하던 농지에 대체작물을 재배할 경우 1ha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농가 소득기반 다양화 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많은 비로 쌀 작황이 좋지 못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시중에 유통되는 쌀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2009년산 공공비축미를 방출하고 수입량을 늘리는 등 가격 상승 억제 정책을 펼쳤다. 결국 지난해 4만ha에 지원했던 사업이 올해는 5000ha로 축소됐고 품목도 콩과 조사료로만 제한했다.

이렇듯 쌀 감산 정책이 명백한 실패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농림부는 간척지 자율경작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농림부 농지과 관계자는 “전체 법인이 수도작 재배를 신청하면 정부 정책과 관계 없이 쌀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은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수년간 농사 지으며 타 작물 재배가 안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신청한 농민들이 문제”라며 오히려 농민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제대로 된 조사나 연구도 없이 탁상행정으로 정책을 수립했음을 시인한 꼴이다. 더욱이 법인 간의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농사지을 땅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 작물 재배를 신청했던 농민들을 탓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염치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해답은 전면적인 자율경작권

농민들은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자율경작권을 주장하고 있다. 벼 농사를 짓기 위해 마련된 토지이고 타 작물 재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해 밝혀진 만큼 올해는 꼭 벼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창근 당진시농민회 정책실장은 “농림부에서 자율경작권을 주지 않으면 지난해와 같은 피해가 또 반복될 것”이라며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벼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다짐했다.

김기남 씨도 “타 작물은 지난해 재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판명이 났고 사료작물 또한 일부 축산농가와 협동조합을 제외한 일반 농민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지난해 입었던 피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벼 농사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2012년 임대계획을 수립해 3월 안에 재계약을 완료할 방침이다.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 농지은행팀 관계자는 “3월 초에 설명회를 개최해 올해 계약 방침을 설명하고 재입찰을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