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을 맞아 꽃이 만발한 시골 풍경 한쪽 구석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놓여 있다. 논뚝 구석과 마을 주변에는 검게 데인 흔적이 화상 자국처럼 남아 있다. 이곳은 쓰레기를 소각한 흔적이 남은 곳이다. 심지어는 커다란 드럼통을 가져다 놓고 쓰레기가 쌓이면 정기적으로 태운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 농촌 마을 곳곳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가 되는 지역은 정기적으로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는 농촌 지역들이다. 현재 당진시는 당진동과 합덕읍, 송악읍, 신평 이주단지 등 읍면 소재지를 비롯해 도시화된 지역만 쓰레기를 정기적으로 수거하고 있다. 나머지 농촌 지역은 마을회관 등 특정 장소에 쓰레기를 모아 놓고 요청이 들어오면 비정기적으로 수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를 모아 놓고 수거하는 마을은 많지 않다. 쓰레기를 장기간 방치할 경우 악취를 풍기고 미관상 좋지도 않다. 또한 연로한 마을 주민들이 쓰레기를 지정된 장소에까지 옮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마을 곳곳이 쓰레기 소각장으로 변했다. 농촌 마을에서 쓰레기를 태우거나 방치한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 생활 쓰레기 외에도 석면 등의 건축 폐자제와 농약병, 소각재 등 환경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쓰레기들까지 방치되어 있다. 비가 오면 하천이나 지하로 흘러들어 결국 피해는 주민들에게 돌아오게 된다.
정기 수거 안돼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
쓰레기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기적으로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진시는 현재 가곡환경과 서해종합환경에 위탁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지원 예산이적어 차량과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당진시 관계자는 “마을길이 좁고 광범위하게 펴져 있어 현실적으로 일일이 수거하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하지만 쓰레기 수거와 같은 일은 아주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에 해당한다. 당진시는 시 설치를 이유로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전국대회 등을 유치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주민들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은 예산 부족을 핑계로 외면하고 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쓰레기를 제때 처리하지 못한 주민들은 태우거나 매립하는 등 각자 처리하고 있다.
지자체가 내어 놓은 대안은 마을회관 등 특정 장소에 쓰레기를 모아 차량 한 대 분량의 쓰레기를 모아 놓고 연락을 주면 수거하러 간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장은 “쓰레기를 모아 놓을 경우 악취가 발생하고 미관상 좋지도 않을 뿐더러 마을 주민들이 쓰레기를 일일이 가져다 놓기 번거로워 현실적으로 시행이 힘들다”며 “한 주에 한 번만이라도 정기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한다면 모를까 언제 가져갈 지 모르는 쓰레기를 마냥 모아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거리를 나뒹구는 음식물쓰레기
문제는 일반쓰레기 뿐만이 아니다. 음식물쓰레기에 대한 관리 또한 부실한 상태다. 일반쓰레기와 마찬가지로 음식물쓰레기도 제대로 된 관리와 수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당진시는 시 승격과 함께 ‘살기 좋은 명품 당진시’ 건설을 약속했지만 일부 아파트를 제외하면 대다수 주택가 주민들은 골목 여기저기 방치된 쓰레기 더미에 뒤덮여 살아가고 있다. 식당가와 주택가 구석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제대로 된 보관함이 설치돼 있지 않아 바람이 심한 날에는 주변에 쓰레기가 나뒹군다. 밤에는 고양이들의 잔치가 열린다. 비닐로 제작된 종량제 쓰레기 봉투는 고양이 발톱에 이리저리 뜯겨 주변을 어지럽힌다.
다행히 당진시는 쓰레기 종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도시화된 일부 지역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내년부터 지역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도 도입이 용이한 일부 대형 아파트와 상가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개발이 늦은 농촌 지역에는 요원한 얘기다.
“수거함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수거해야”
당진시가 더욱 살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업 유치나 개발계획 진행에 앞서 주민들에 대한 행정 서비스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종호 신성대 보건환경학과 교수는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견을 모아 당진시에 전달해도 정책 시행이 미뤄지고 있다”며 “주민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환경 문제가 당진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하고 분리수거 통을 마련해 쓰레기를 1차적으로 분류한 후 정기적으로 수거해 처리해야 한다고 수년 전부터 주장해 왔다. 하지만 행정은 지난 수년째 요지부동이다.
유종준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수년째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만 대고 있다”며 “당진이 시로 승격됐지만 쓰레기 수거 같은 기본적인 행정 서비스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이 눈길을 제대로 주지 않고 있는 지금도 주민들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