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프로야구가 개막되었다. 충청도에 연고를 둔 한화팀이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던 김태균의 복귀와 미국 메이저리그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영입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기대에 부풀게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한화팀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충청도민들에게 실망감을 줬던 것이 사실이다. 금년도 프로야구는 충청도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선수 조직의 위용이 충분히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다.
하지만 지난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있었던 개막전에 이은 2연전은 좀 실망스러웠다. 초반에 두 번 졌다고 그것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쉬운 장면들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이대수의 실책으로 점수를 줬던 것, 김태균의 실수로 한 회에 7점 실점으로 이어진 것은 정말 아쉬운 장면이었다.
상대팀도 그랬지만 한화팀 선수들도 개막전이라는 부담감이 상당히 작용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 선수들의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질 때 감내하기 어려운 심적 부담이 있는 것 같았다. 순간적인 실수지만 팀과 팬에 대한 미안한 얼굴 표정은 선수들의 순수함이 배어나는 것 같다. 그런 모습에서 팬들은 선수들에게 더 깊은 애정을 쌓아가는 것 같다.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무사에 만루로 병살을 당하는 장면에서 허무감을 느끼기도 하고 투 아웃 만루에서 9번 타자가 홈런을 쳤을 때의 짜릿함은 정말 인생의 역전 드라마 같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필자는 자식들이 좀 많은 편이다. 딸 넷에 막내로 아들 하나를 뒀다. 5남매를 둔 것이다. 지금은 모두 장성해서 출가하고 각자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어려서 야구장을 자주 데리고 다닌 연유인지 성인이 된 지금도 야구를 무척 좋아한다. 딸들의 영향이겠지만 사위들까지 야구광이다. 춘천에 있는 둘째 사위는 엊그제 “아버님! 다음주 대전야구장에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라고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야구를 관전하게 될 것 같다. 야구 경기를 보고 있으면 인생의 희노애락을 경험하는 것 같다.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삶의 현장에서 정직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며칠 전에 문예전당에서 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 과정에서 상대후보를 정해서 질문하는 순서가 있었다. 어느 후보가 상대 후보를 거명하면서 모럴드 헤저드(moral hazard)에 대해서 물었다. 영어권에서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해서인지 예상치 못한 본토 발음에 상대방은 당황하는 모습을 연출했었다. 그런 상대방의 표정을 보면서 방청객들한테 묘한 여운을 남긴 질문자의 모습도 도덕적인 모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요즘 총선의 선거전에서 상대방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인간의 야만적인 본성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거쳐야하는 당연한 과정이라면 제도적 맹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웹상에서 떠돌아다니는 어느 국회의원 후보의 막말 동영상을 시청했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그 동영상에서 사회 정의는 물론 인격도 도덕도 논할 필요 없는 인생의 막장을 보는 것 같아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나라의 법을 입안하고 국정을 감시하는 임무를 수행할 국회의원 후보의 과거 행적에서 드러난 것이다. 소속당에서 조차 후보 사퇴를 권하고 있는데 여론 지지율은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정말 이 나라의 미래가 있는 것인지 통탄스럽다. 도덕이 팽개쳐진 혼돈의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도덕적 해이 정도가 극에 달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시즌에 야구를 통해서 규칙이 있고 상식이 통하는 인생 드라마를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야구선수들의 순수함이 배어 있는 정직하고 성실한 모습이 정의로운 삶의 장을 만들어 가는데 큰 버팀목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펜을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