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악 월곡리 마을을 가로질러 철탑이 지나고 있다.
▲ 송악 월곡리 마을을 가로질러 철탑이 지나고 있다.

송악 월곡리 주민들이 GS-EPS의 철탑 건설을 반대하며 연이어 집회를 진행했다. 회사 정문 앞과 시청 앞 광장에서 수차례 집회를 벌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미 허가를 획득한 GS-EPS 측은 철탑 건설을 강행한다는 입장이고 당진시에서도 현재 노선이 합의를 거쳐대체 노선으로 내어 놓은 대안이라 반대할 명분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송악 월곡리 주민들은 철탑이 추가로 건설된다면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하며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편현범 월곡리 새마을지도자는 “기존의 노선은 당진시 7개 읍면에 걸쳐 70개가 넘는 철탑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월곡리를 통과하는 노선으로 변경해 철탑 수가 10개가량으로 줄었다”며 “공사비가 줄어든 만큼 지중화를 통해 주민 피해 없이 사업을 진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GS-EPS 측에서는 “지중화를 할 경우 공사비가 10배 넘게 요소되며 관리가 어려워 사고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월곡리 주민들은 “현재 천안과 수도권 등 도시화된 지역에서는 지중화가 이뤄지고 있어 관리 문제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결국 기업의 사업비를 아끼기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당진시에는 500개가 넘는 철탑이 들어서 있다. 철탑은 향후 도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 도시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 안승남 씨]

“늙은이가 데모하는

심정을 아는가”

“날이 궂거나 안개가 끼거나 하면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잠을 잘 수가 없어. 철탑 얘기만 나와도 가슴이 떨린다니깐. 돈만 있으면 당장 마을에서 떠나고 싶지만 늙은이가 세금 내고 나면 먹을 거 사는 것도 빠듯하니 이사는 꿈도 못 꾸지.”

철탑을 눈 앞에 두고 사는 안승남 할머니는 철탑 얘기가 나오자 얼굴을 찌푸리며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보였다.

철탑이 들어선 후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철탑 때문인 것 같아 항상 마음이 아프다고. 안승남 할머니는 “오죽하면 늙은이가 나가 데모하고 소리 지르겠냐”며 “불편한 몸을 이끌어 지팡이 짚고 나가는 주민들의 심정을 헤아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뷰 박상현 씨]

“짐승도 피해보는데

사람이라고 멀쩡하겠나”

마을회관 옆에서 논을 일구고 있던 박상현 씨는 철탑 얘기가 나오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지나가는 것도 문제인데 거기에 또 철탑을 짓겠다고 하니 마을 주민들이 나설 수밖에. 철탑이 들어선 이후 짐승 키우는 집에서는 임신도 잘 안되고 기형아 출산도 잦은데 사람에게도 피해가 있겄지. 철탑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죽은 마을이 되는겨.”

박상현 할아버지는 “바람이 세게 불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별의 별 소리가 다 들린다”며 “땅이 유일한 재산인 시골 사람들인데 철탑이 들어서면 땅을 누가 찾지도 않아 전재산을 뺏기는 꼴”이라고 철탑의 지중화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인터뷰 김혜영 씨]

“궂은 날 철탑 소리에

짐도 제대로 못자”

“날이 궂으면 귀신소리가 나서 잠도 제대로 못자. 근처에서는 짐승들이 새끼도 제대로 못 낳는다고 하더라고. 철탑 근처는 땅도 팔리지 않아 유일한 재산을 썩히게 생겼으니 어쩌면 좋아.”

철탑이 지나가는 산 아래 거주하는 김혜영 씨는 “철탑으로 인해 제대로 잠도 못 잘 정도”라며 “지금 지나가는 것도 걱정인데 하나가 더 생긴다고 마을이 야단났다”고 말했다.

이어 “한 마을에 철탑을 집중적으로 건설하면 월곡리 주민들은 다 죽으라는 소리냐”며 “지중화를 하든 이주대책을 마련하든 해서 주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