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부터 내리기 시작해 지난주 초까지 오락가락 하던 봄비가 물러난 후 완연한 봄을 맞이했다. 거리마다 심어진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형형색색 꽃을 피웠다. 덩달아 사람들의 옷차림도 가벼워지면서 봄이 깊어간다. 겨우내 움츠렸던 자연이 활기를 되찾자 농부들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장고항은 제철은 맞은 실치를 맛보기 위한 사람들로 붐비고 만선을 꿈꾸는 어부들의 그물을 다듬는 손길이 분주하다. 밭에는 마늘이 어느새 발목 높이까지 자랐고 감자가 싹을 틔워 얼굴을 내민다. 추수가 끝나고 맨땅을 드러냈던 논에도 새로운 모를 맞이할 준비가 한창이다. 4월 말,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농촌 지역에 봄 기운이 가득하다.
포구마다 풍성한 해산물 가득
봄이 깊어가면서 땅 위의 식물들과 함께 바다 속 자연에도 활기가 돈다. 수온이 오르면서 어부들의 배에 실린 해산물도 풍성해졌다. 당진을 둘러싼 해안가를 따라 펼쳐진 포구마다 제철을 맞은 실치, 간재미, 꽃게, 바지락 등이 풍성하다. 바지락축제(5월4일~5월6일 한진포구 일대) 준비로 한창인 한진포구는 관광객들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오는 주말 열리는 바지락 축제장에서는 한진포구 앞에 펼쳐진 갯벌에서 바지락 캐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실치축제를 개최한 장고항은 1년 중 가장 바쁜 계절을 맞았다. 5월 말까지 잡히는 실치는 지금 맛보지 않으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기에 때맞춰 찾은 관광객들로 성황이다. 포구 한쪽에서는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이 분주했다. 그물바늘을 열심히 놀리던 송복환 씨는 “실치가 제철을 맞아 한창 많이 잡히고 있다”며 “5월 말을 넘어가면 실치가 자라 내장이 생기고 맛이 떨어져 뱅어포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함께 일하던 조승철 씨는 “요즘 장고항 일대에 사람들이 많아 찾아와 정신이 없을 정도”라며 “빨리 손질을 마치고 오후에 그물을 널어 놓아야 내일 조업을 할 수 있다”며 바쁘게 손을 놀렸다.
모내기 준비에 여념없는 들판
지난해 수확을 마치고 모아 놨던 볏짚까지 모두 거둬들여 황량했던 들판에도 봄이 찾아왔다. 농부들은 본격적인 모내기에 앞서 땅을 갈고 고르느라 여념없다. 소가 논을 갈던 풍경은 이젠 사진이나 그림 속에서나 존재한다. 심지어 경운기를 이용하는 경우조차 드물다. 묵직한 트렉터가 한 번 쓱 훑고 지나가면 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농부들의 일거리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쌀값은 제자리걸음을 지속하면서 쌀의 가치가 대폭 하락해 웬만큼 농사를 지어서는 소득을 올리기 힘들다. 논두렁을 살피던 백종광 씨는 “과거에는 농사 20마지기를 지으면 머슴두고 큰소리 치며 살았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며 “쌀의 가치가 뚝 떨어지고 난 후 농촌에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농촌의 미래를 걱정했다. 백 씨도 농사가 본업이 아니다. 사업체를 운영하며 자식들과 주변 지인들과 나눠먹을 요량으로 틈틈이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한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우렁이들도 활동을 시작했다. 정미 승산리의 우렁 양식장 내 하우스 땅 속에 숨어들어 추운 겨울이 났던 우렁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기산 씨 부부는 우렁이가 낳은 알을 부화시키고 논을 개조해 만든 양식장에 난 풀을 뜯느라 분주했다. 송 씨는 “겨울에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우렁이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며 “풀 메고, 알 따고, 먹이주느라 요즘 부쩍 바빠졌다”고 말했다.
밭고랑마다 새싹들 파릇파릇
논에는 아직 모가 옮겨지지도 않았지만 밭에는 이미 푸른 새싹이 돋아나 있었다. 마늘과 파는 푸른 잎이 한 빰도 넘게 자라있었다. 대호지 마중리의 장연희 씨는 감자밭 복토 작업에 한창이었다. 장 씨는 “올해는 씨가 잘 안 서 걱정이다”며 “얼마 전 비가 내리기 전까지 날이 가물어 싹이 잘 크지 못했다”며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은 마을의 주민들이 하나둘 떠나고 있는 현실이다. 마을 곳곳에는 폐가가 흉물스럽게 남아 있었다. 실제로 장 씨의 앞집과 아랫집, 산 넘어 윗집에도 사람이 살지 않았다. 장 씨의 자녀들도 다들 도시로 떠나고 남편과 둘만 남아 고향 땅을 지키고 있다.
“자식이 아들 셋에 딸 둘을 합쳐 다섯인데 다들 도시로 떠났어. 남편과 나만 남은게지. 이웃집 사정도 별반 다를 게 없어. 우리 죽고 나면 농촌에 남을 사람이 없어 큰일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