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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어린이날부터 8일 어버이날, 15일 가정의날, 21일 부부의날까지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본지는 5월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건강한 가족 이야기를 보도한다. 크고 작은 어려움을 현명하게 이겨내고 더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결혼을 왜 하나 싶었죠. 결혼을 하면 나도 남편 될 사람도 모두 불행해 질 거라 생각했어요. 특히 여자는 고생길이 시작된다고 믿었죠. 좋은 모델이 없었기 때문인 거 같아요. 엄마도 절 낳고 아프셨고 일찍 돌아가셨어요. 어린 시절 8남매 중 여섯째였는데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는 이효남(41) 씨는 일찌감치부터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단다. 지금 돌이켜보면 행복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효남 씨는 가정을 꾸리는 결혼을 두려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이후로 연애를 안 해 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로의 마음이 깊어지려는 낌새만 보이면 효남 씨는 먼저 등을 돌렸다. 행여나 결혼이야기라도 나올까 싶었기 때문이다. 효남 씨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폼나는 독신주의’였다.

컴퓨터와 영어 프리랜서 강사였던 효남 씨는 능력을 발휘해 열심히 번 돈으로 홀로 배낭여행을 떠날 만큼 자유롭게 인생을 즐겼다. 주변에서는 “너 때문에 다른 여자들도 시집을 안 간다”며 “바람 넣지 말라”는 부러움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효남 씨의 꿈은 ‘멋진 커리어우먼이자 골드미스’가 되는 것이었다.

조카 키우며 알게 된 ‘나의 상처’

그러던 어느 날, 큰 올케가 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네 살 된 조카를 볼 사람으로 효남 씨가 지목됐다. 직장에 얽혀 있지 않은 프리랜서 강사인데다가 미혼이라는 이유였다.

“결혼도 안 하려고 했던 독신주의자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니, 덜컥 겁이 나서 미국으로 도망을 가려고 비자를 신청했죠. 그런데 함께 신청한 사람들은 모두 비자가 나왔는데 저만 떨어진 거예요. 그때 조카를 키우는 건 내 사명이구나 싶었어요.”

효남 씨의 머릿 속에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하고 자란 자신의 어린 시절과 조카의 얼굴이 겹쳤고 결국 조카를 돌보기 위해 고향 당진을 다시 찾았다.

“조카를 키우겠다고는 했는데 막상 뭐 아는 게 있어야죠. 그냥 먹이고 입히는 게 육아의 전부는 아니잖아요. 혼자 답답해 하고 있던 차에 당진시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우연히 발견했어요. 처음에는 놀면 뭐하나 하는 생각으로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한글공부를 할 때 아이들을 돌봐주는 자원봉사를 시작했죠. 그렇게 센터를 오가면서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게 됐어요.”

효남 씨는 당진시건강가정지원센터(센터장 임준호)와 인연을 맺고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게 됐고 우연한 기회에 상담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됐다.

“상담 공부를 시작하면서 저의 문제를 발견했죠. 저는 스스로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제게 애정결핍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화내는 일이 잦았던 게 모두 어린 시절부터 쌓인 애정결핍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았죠. 제 내면의 모습이 충격적이었지만 동시에 저를 똑바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효남 씨는 상담 공부를 하면서 함께 시작한 상담자원봉사를 통해 다양한 가정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가정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어요. 가정을 꾸리는 일이 얼마나 사명감이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인지도 처음 알게 됐죠. 그때부터 자연스레 남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결혼 마음먹자 나타난 ‘천생연분’

가정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 이후 효남씨는 맞선자리를 마다 않고 결혼할 남자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있는 모습 그대로 포장하지 않고 솔직한 서동수(42, 현대자동차 신평대리점 근무) 씨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식성이나 취미도 비슷하고 돈 욕심 많지 않고 시골 살고 싶어하는 점까지 저와 닮았더라고요. 30대 초반에 부모님을 모두 사고로 잃고 외로웠던 점에서도 동질감을 느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대화가 통하더라고요.”

39세에 결혼한 효남 씨는 결혼 1년 만에 예쁜 딸 예서(2)를 낳고 송악읍 반촌리에 살고 있다. 엄마, 아빠 나이가 적지 않지만 부부는 자연스레 둘째가 생기면 낳을 계획이다. 효남 씨는 결혼 후에도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조카를 방과 후에 돌보고 있다.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첫만남에서 모두 거절했던 여자들 덕분에 원치 않게 노총각이 되었다는 동수 씨는 “혼자 살 때는 자유로워 좋은 점도 있었지만 가정을 이룬 뒤 생긴 책임감과 당당함은 비할 바가 못 된다”며 “딸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효남 씨는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결혼만 한다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는 없는 법”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결혼 전에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변화의 계기를 찾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진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는 예비부부나 미혼 남녀에 대한 교육 등 다양한 가족지원사업을 제공한다. 문의는 354-3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