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움츠린다
어려운 시절에 각자 아껴쓰면서 서로 나눠쓰는 태도는 더 말할 나위없이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한 매우 아름답게 보인다. 모두가 씀씀이를 줄이고 한푼 두푼 알뜰하게 저축하는 습관을 갖는다는 것은 호황이건 불황의 시기이건 관계없이 나라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요즘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이런 절약의 정신이 지나치면 어떤 이상한 변수가 생길 수가 있다. 반드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지금 주변의 모습을 아주 보편적인 시각으로 살펴보자. 군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농가의 수입중에서 쌀값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기타 농수산물 역시 예년 대비 약세내지는 보합세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농자재값과 생활비는 하루가 다르게 폭등한다. 봉급 생활자는 어떤가. 받는 급여는 약간 적어지거나 그냥 그대로 별 변동이 없는데 이들 또한 늘어난 생활비로 심한 고통을 받는다. 상업의 자영업자는 더더욱 애처롭다. 장사가 안되어도 너무 안된다. 문을 닫아야 할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헌데, 이 어려운 시기에도 저축은 꾸준하고 오히려 일부는 늘고 있는 기현상이 초래되고 있는데 사실 늘어날 요인은 전혀없다. 그것은 오로지 쓰지 않고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너무 안쓰는 것이 지역경제 침체의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조적으로 나라 전체가 환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는 상태에서 그런 것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개개인이 생각을 많이 바꿔야 한다. 특히 저축의 여유가 있는 층에서 협조가 절실하다. 백원을 벌면 칠팔십원 정도는 내보내야 매듭이 풀어진다. 건실하게 써서 지역경제를 살릴 때 또다른 일자리가 창출된다. 분수에 맞게 외식도 하면서 새옷도 사 입고 영화도 볼 때 실직된 우리의 형제자매 자녀들이 옷가게에 취직도 되고 음식점은 구인광고를 내게 된다.
내 지역에 떨어진 재화는 내 지역에서 몇바퀴 돌고 외부로 나갈 때 활기를 띄게 된다. 쌀 판돈과 봉급봉투를 그대로 은행창구에만 쌓아 놓지 말아야 한다.
이 지역에서 예금된 은행돈이 이 지역에 풀리는 것은 한정되어 있고 그대로 외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지금 돈을 버는 나는 실직자들에게 대단히 미안해야 한다. 가능한 범위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여유돈을 풀어서 아주 값있게 소비를 할 때 미안함이 덜어질 수 있다. 이럴때 소비는 미덕이다.
기관과 사회단체에서는 일부러 알뜰시장 등을 개설하여 먼지 쌓인 헌옷가지 등을 들추게 하지 말아야 한다. 알뜰시장은 열 때가 따로 있다. 오히려 흥청망청할 때 내핍을 강조했어야 했다. 하지만 아낄것은 지금도 분명히 아껴야 한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아 현찰 달러를 주고 퍼오는 석유와 같은 에너지원은 최대한 줄여 써야 한다. 우리가 못 만드는 외제물건은 조금 훗날에 구입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일부 상업적인 측면만 내세운다고 할지 모르지만 모든 주민은 시장경제와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다. 농사와 장사와 직장인은 한 배안에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사고 파는 거래로써 성립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손해라기보다 투자라고 생각하면서 점포의 전세금액을 대폭 내려주는 방법도 매기를 갖게 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당장의 성장은 어렵더라도 최소한의 현상유지는 시켜야 모두가 공존한다. 통장금액 늘어나는 재미에 병원진료도 미루는 웃지못할 절약은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지난 5월 11일, 세계 최고권위의 경제신문 ‘포춘’지도 우리경제를 이렇게 진단했다. “능력인지 운이 좋아서 인지는 몰라도 한국은 이제 저만치 희망이 보인다. 몇달만에 수백억달러를 끌어들여 단기외채의 급한 불을 끄면서 국가도산을 피했고 장기도약을 위한 각 분야의 구조조정도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꽁꽁 얼어붙은 소비억제의 그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돈이 돌게 하면서, 힘을 합하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을 찾을 때 진정으로 다릴 쭉뻗고 누워서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