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당산, 승왕산, 승황산

“터가 좋은 곳인 가벼. 6.25 사변이 났을 때도 마을에 희생자가 하나 없었지.”

고대면 옥현리 경로당에서 문을 열면 눈앞에 엄마의 가슴처럼 부드럽게 굴곡진 산봉우리 세 개가 마을을 안락하게 안고 있다.

삼승산이다. 첫째 봉우리를 승당산이라 부르고, 두 번째 봉우리를 승왕산이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산이 승황산이다. 나즈막한 산이지만 마을에서는 가장 높다.

“원래는 뒷동산이 제일 높았는데 미군부대 만든다고 깎아 버려서 지금은 삼승산이 제일 높지.”

몇 년 전, 뒷산을 깎아 개발하려고 했는데 마을주민들의 반대로 결국엔 무산됐다. 어르신들은 삼승산과 마을 뒷산이 옥현리를 지켜준다고 믿는다.

성 쌓았던 돌이 굴러와 ‘성말’

옥현리는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겼다. 남쪽에는 정미면 천의리가 있고 북으로는 당진포리와 맞닿아 있다.

하나의 마을 치고는 거리가 꽤 돼서 마을 주민들이 모이려면 애를 먹는다.

나란히 5개 반으로 구분되는 옥현리는 구루지라 불리는 1반과 마을의 중심인 삼동이 2반이고, 대호 방조제를 막기 전에는 포구가 있었다는 삼포가 3반, 성천마을이라고 불리는 4반과 5반은 각각 아랫말, 윗말 이라고 불렸다.

삼승산의 첫 번째 봉우리 승당산에는 성말이라고 불리던 곳이 있었다. 조선시대 쯤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성터가 있다.

한 어르신은 “성을 쌓았던 돌이 산 중턱까지 굴러 내려와 있어 성말이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승당산 옆 어떤 마을은 ‘학교너머’라고 불리기도 했다.

지금은 학교가 없는 곳인데, 옛날에 학교가 있던 자리라 그렇게 불렀는지, 아니면 학교가 지어질 계획이 있어 그렇게 불렀는지 잘 모른다.

비옥한 땅, 좋은 터

옥현리는 땅이 비옥해 농작물이 잘 자라고, 여러모로 흉한 일 없이 오랜 시간 마을이 지켜져 왔다.

노인회원들은 “터가 좋은 것 같다”며 “1반 구루지는 9명의 장수노인이 살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을 정도로 옥현리는 장수마을”이라고 했다.

노인회원들 말에 따르면 70대는 노인으로 치지도 않는단다. 80세는 돼야 노인 대접을 받을 수 있고 90대 노인도 여럿이다. 현재 마을의 최장수 노인의 나이는 101살 노인이다.

마을에는 진주 강씨와 신평 이씨 집성촌으로 여러 대에 걸쳐 400년 이상 모여 살고 있다.

“이씨 중에서 면장이나 읍장이 많이 나왔고 강씨에는 선생 등 교육공무원이 많이 나왔지.”

옥현리는 원래 논보다 밭이 많았다. 담배, 감자, 콩 등 다양한 밭작물이 많이 생산된다. 논이 많이 생겨난 건 대호만이 막히면서 간척지가 생긴 이후다.

그 전에는 마을을 흐르는 냇가에서 멱도 감았는데 아주 오래된 추억이 돼버렸다. 그나마 옥현리는 곳곳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당진에서 큰 변화 없는 조용한 마을이다.

“농로가 포장되고 지붕이 바뀐 것 말고는 옛날 우리 어렸을 적 모습하고 달라진 게 별로 없어. 그래도 조금 발전 됐음 좋겠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