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덧없이 흘러 벌써 교직생활 41년을 마감하고, 인생 2모작을 경작할 날이 다가왔다. 모처럼 서너 박스나 되는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깊은 상념 속 추억의 샘으로 풍덩 빠졌다. 그 중 몇 장이 손에 잡힌다.

첫 번째 사진은 1969년도 홍성고등학교 3학년 때의 사진이다. 당시 학생들은 충무정신을 이어받아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충남도내 모든 학교의 학생회장이 현충사에 모여 행사를 가졌다. 사진은 홍성군 내 중고등학교 학생회장단 모습이다. 뒷줄 가운데가 홍성고 학생회장으로서 한때 힘깨나 썼던 나이다.

두 번째 사진은 1973년 공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태안군 시목초등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을 때의 첫 제자들과 찍은 사진이다. 6학년 한 반 뿐인 63명을 담임했는데 정말로 사랑했고 열정을 바쳐 가르쳤다. 박봉을 털어 책도 사주고 이발사 노릇, 때밀이 노릇도 해줬다. 이 아이들이 이제는 50대 초중반이 되었고 이제는 같이 늙어가고 있다. 지금도 1년에 몇 차례 만나고 있으며 매번 “1번 윤태시, 2번 지규웅, 3번 김흥기, 63번 윤명희”라며 출석을 부르고 있다.

세 번째 사진의 윗 줄 왼쪽부터 나, 아버지, 함께 근무한 교장 선생님이자 사돈어르신, 아랫줄 왼쪽부터 어머니, 나, 현재 교감으로 활동 중인 막내 동생 형진이, 사부인어른이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만 하면 난 언제든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도 1975년경엔 꽤 날씬했었다. 세 분 어른은 모두 돌아가셨고, 다행히 어머니는 꽤 건강한 편이며 지금도 예쁘시다.

네 번째 사진은 2001년 겨울, 정동진에서 일출을 가다리가 찍은 사진이다. 우리 부부는 답답한 일이 있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땐 가끔 여행을 함께 하는 편이다. 아내의 얼굴은 꽁꽁 얼은데다 내 표정은 그리 밝지 않은 듯 하다. 누구든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안 된다. 푸른 동해와 영험한 일출을 보면서 용서하는 길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