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 에세이 / 그림 / 화가 한 기 민

그리움의 기록들

내 작업은 주로 수묵채색(水墨彩色)을 위주로 해왔다. 대학 때부터 전통채색(傳統彩色)을 해오면서 요즘까지 채색 위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전통채색 기법은 재료사용의 과정이 다른 재료에 비해 복잡한 편이고 재료에 대한 극복이 나에겐 우선 과제였다.

전통채색의 묘미는 아교의 사용에 있다. 부족하면 발색이 제대로 안되고 지나치면 그림이 디자인같이 딱딱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아교를 녹이는 과정이 번거로운 편이기에 요즘엔 녹인 아교를 물에 타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간 전통적인 재료보다는 여러 혼합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전통채색에서 느껴지는 깊이감이나 동양화 특유의 여백의 미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통채색에 대한 좀더 깊이있는 연구 없이는 마치 인스턴트음식에 길들어지는 입맛처럼 내 그림에서도 깊이감이나 풍부한 여백의 예술미를 자꾸 잃어버리는 듯한 걱정이 앞선다. 물론 전통기법만을 고집하는 것이 올바른 일은 아니지만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고 했듯이 전통을 알고 새로움을 추구할 때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수묵화도 그리고 싶다. 수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가을바람처럼 시원하고 담백하면서 청량한 선과 기운생동(氣運生動)의 예술미가 새롭다.

소재는 그동안 인물을 주로 다뤄왔다. 인체는 자연의 축소판이라고 배웠듯이 많은 화가들이 다뤄왔던 소재이고 나에게도 역시 더없이 좋은 소재였다. 삶의 무게가 깃든 작품도 좋지만 CF의 스틸사진처럼 우연히 스치는 순간의 표정도 담고 싶다. 지나간 것들에 대한 기억들은 우리의 삶에서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게 마련이다. 어쩌면 삶의 진실은 필연이 아닌 우연 속에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간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화필(畵筆)을 부지런히 잡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면서 시간을 다스리며 살아가는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다짐해본다.

글·그림 / 한기민

■한기민

1990 대전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1987~1989 13인의 모색전

1989 목원 한국화 창립전

1993~1996 묵묵회 정기전

1993~1994 가끔 우리는 전

1994 충남 한국화협회전

1995 학동인 정기전

1995 충남미술협회전

1997 한기민·남승완 2인전

1997 비상전

현재 석문중학교 교사

☎ 353-0581, 019-401-05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