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때 묻은 것들이 좋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깨끗하고 세련된 것들 투성이지만 오랜 시간 손에 익은 것은 따뜻함과 편안함을 주기 마련이다. 그래서 낡음은 익숙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고 그리움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발랄·쾌활·유쾌·상쾌한 모습을 가진 홍현경 작가의 그림에는 내면에 숨겨둔 그리움이 있다. 새로운 의자가 아닌 누군가가 앉았다 떠나간 낡은 의자에 어딘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의자를 주로 그렸어요. 누군가 떠나간 자리를 통해 남겨진 이야기를 담고 싶었거든요.”
지금은 과거의 기억을 떨치고 의자가 아닌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찻잔과 같은 살림살이를 주로 그리는데 주제는 ‘살림’이 될 예정이다. 살림은 살림살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죽임’의 반대말로 생명을 불어넣어 살린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손때 묻은 느낌은 여전하다. 울퉁불퉁 밑작업 부터 그림의 색채 또한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홍 작가는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보는 것처럼 그림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대단하고 멋진 사물들이 그림의 대상이 되기보다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마주칠 수 있는 것들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감성미술발전소’라고 이름 지은 자그마한 공간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미술을 즐기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아이들이 잘 그려야겠다는 부담감을 갖고 미술을 접하면 금방 질려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색깔을 가지고 놀면서 즐겁게 놀다 갔으면 좋겠어요.”
본인 스스로 그림을 그리며 내면의 어두움을 치료해 나갔듯, 아이들도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 속에 숨겨둔 감정들이 그림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단다. 하지만 최근 미술치료가 난무해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이의 평소 행동과 그림을 그리는 전 과정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림 역시 반복될 때 아이의 아픈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돼요. 그림 한 장으로 아이를 잘못 판단하는 일이 없었으면 해요.”








